정희

김동인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08월 3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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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최성구 씨에게는 약혼한 처녀가 있으며…….”
“최성구 씨는 혼인 문제 때문에 약혼자의 고향인 T군으로 내려갔으니 …….”
이러한 편지를 처음으로 받았을 때는 정희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성구와 근 일 년을 교제(라 할까?)를 하는 동안에 정희는 성구에게서 그댓 이야기는 듣지는 못한 - 뿐만 아니라 정희에게는 어떠한 여자와 혼약을 한 사내가 근 일 년이나 다른 여자(정희 자기)와 교제를 하면서 한 번도 혼약한 여자를 찾아가 보지도 않는다는 것은 믿지 못할 일이었다. 만약 그 편지에 있는 말 이 사실이라 하면, 성구는 그 근 일 년 동안에(설혹 찾아는 못 갔다 할지라도)한마디의 한숨이라도 지었을 것이었다. 근심과 비련의 눈물이라도 지었을 것이었다. 극도로 이기적으로 ? 자기와 성구의 사이의 사랑이며 자기의 쉬는 조그만 한숨이며 엷은 웃음에까지 차디찬 이지적 해부안(解剖眼)을 던지느니만치 - 이기적으로 생긴 정희 자기의 눈에(만약 성구에게 그런 행동이 있기만 하였더라면) 벗어날 수가 없었을 것이었다.
“변변치 않게…….”
얼마를 더 양보하여 약혼자가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약혼자는 사실 있을지도 모를 일이야. 지금은 친척이며 재산이며 아무것도 없는 성구지만, 구한국 시대의 방백 자리로 돌아다니던 사람의 종자인 그인지라, 혹은 부모끼리 술김에 약혼이라도 한 계집애가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러 나 그것은 존재와 부존재를 구별할 필요까지 없는 귀찮은 일이다. 일만 명 의 약혼자가 있으면 무엇하나.
성구가 T군을 잠깐 다녀오겠다고 내려갈 때에 정희가 무엇하러 가느냐고 물으매, 그는 그때에 그저 웃고 버리고 말았다.
성구가 내려간 뒤 사오 일 지나서 정희는 그 괴상한 편지를 받았다. 성구가 다만 웃어 버리던 그 여행의 목적에 대한 구체적 설명에 가까운 것이 그 편지에 있기는 있었다. 이런 편지를 받는 것이 좀 불쾌하기는 하였지만, 그러나 정희의 머리를 지배할 만치 큰 문제는 못되었다. 혹은 파혼하러 갔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
한 사나흘 걸릴 줄 알았던 성구의 여행은 의외로 길어졌다. 한 주일이 지 나서 열흘이 되어도 성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성구의 여행이 뜻밖에 길게 됨을 따라 정희의 머리에는 차차 검은 구름이 덮이기 시작하였다. 웬일일까? 파혼하러 갔을 성구 이매 문제가 좀 어렵게 되었나? 그러나 문제가 어렵게 되는 것 같은 것은 걱정이 없다. 그에게 무서운 것은 성구의 성격으로써 짜낸 지금의 경우였다. 만약 시인이 되었더면 불세출의 시인이 될지도 모를 만치 열정적 성격의 주인인 성구이며…… 정희의 걱정은 여기 있었다.
상대자와 접촉하는 순간 인스피레이션 그것으로써 그 상대자의 전인격을 추정하며 그 추정뿐으로 그 사람에 대한 관념을 지으려 하는 성구인지라, 그 소위 약혼자라는 계집애가 성구의 첫눈에 어떻게 보였든지, 만약 첫눈에 ‘마음에 드는 계집애로다’고만 박혔을 것 같으면 거기 정희가 저퍼할 만 한 사건이 생겨나지 않을까?

저자소개

1900년 10월 2일, 평안남도 평양 출생
1951년 1월 5일 사망
데뷔 : 1919년 소설 '약한자의 슬픔'

목차소개

<작가 소개>
정희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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