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 시가와 송도원 해수욕장 사이에 푸른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산기슭이 뾰족이 나와 있는 그곳에 안(安)씨라 하는 한 기인(奇人)이 살고 있다.
안씨와 나와는 수십 년 전부터 알아 오는 사이였으나 친밀한 교제가 있는 사이는 아니었었다.
올 여름 내가 송도원 해변가에서 뜻 아니한 안씨와 만나게 되어서 내 어린 자식들과 한 가지 안씨 댁으로 만찬에 불리게 되었다.
『옥수수밖에는 아무것도 없읍니다만.』
하는 말이 안씨의 초대사이었었다.
약속한 오후 다섯 시에 안씨는 우리를 맞으러 와 주었다. 초대된 손들은 만주국 별명까지 가진 나(羅)씨 부부와 그의 아이들과 그리고 우리들이었었다.
나씨와 나와는 옛 친구일 뿐더러 또한 가정적으로도 벗되는 사람이었었다.
안씨의 집은 매우 풍경이 절가하고 동쪽 창으로는 원산 바다가 눈앞에 잡힐 듯이 보이고 또한 뜰 앞에는 느티나무와 떡갈나무, 늙은 벗나무와 소나 무 등이 울창하고 그늘을 짓고 있었다.
『이것은 조선 제일입니다그려.』
나는 무심코 말하였으나 이것은 결코 칭찬에 지난 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서양 사람 편이 제 고장 조선 사람보다도 풍수에도 밝으니.』
라고 함은 나씨의 평이었다.
풍수라 함은 집터나 묏자리 보는 술이라 하는 뜻이니 이 집은 지금으로부터 사십여 년 전 구한국에 해관리로 원산에 온 오이센이란 덴마크 귀족이 지은 것이었으니 지금의 주인인 안씨는 실상은 그 오이센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었다.
햇볕 잘 들고 풍경 좋고 게다가 서북은 산에 둘려 있는 참으로 좋은 명당이다.
... 책 속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