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착하고 아름다운 인물들은 없다. 조선희 작가 소설의 주인공들은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타인의 희생쯤은 가볍게 여기는 우리의 욕망과 불안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준다. 요괴, 신을 소재로 한 일본의 기담은 문화 전방위에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조선희 작가는 일상적인 금기, 잊고 살았던 전통의 면면을 더욱 자세하게 담아낸다. 호기심과 금기, 전통들은 면밀하게 엮어 이야기와 접목시키는 이 시대의 미스터리 마스터의 새로운 이야기가 여기 있다.
전래동화 속 주인공들이 미처 못다 한 이야기의 자초지종, 우리가 보지 못했던 동화 속 숨어 있는 또 다른 진실에서부터 출발한 소설이다. 작가는 전래동화에서 모티브만을 가져와 특유의 도발적이고 뛰어난 상상력으로 전래동화를 전혀 새롭게 재해석했다.
대개의 전래동화는 나쁜 누구는 벌을 받고 착한 누구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마무리로 일단 끝난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이야기만 거기서 끝이 날 뿐 그들은 계속 살았다. 만약 그들의 이야기가 현대까지 계속된다면? 이 이야기들은 이런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영혼을 보는 형사> - 아랑전
허중인은 영혼을 보는 형사 ‘정동호’로 분해 영화 <네가 알려준 갈색> 촬영을 하고 있다. 십 년에 한번 제작되는 이 영화는 매번 남자 주인공이 삼년 안에 죽는다는 징크스가 있다. 보조 출연자가 나타나는 촬영장, 주인공의 죽음에 대한 소문, 그리고 권피아. ‘남자 잡아먹은 여자’라는 권피아의 전 남자친구들이 모두 <네가 알려준 갈색>의 남자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에 허중인은 경악하지만, 피아에 대한 관심을 거둘 수 없다. 아랑의 질투와 원념이 발생시킨 끔찍하고 서글픈 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