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착하고 아름다운 인물들은 없다. 조선희 작가 소설의 주인공들은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타인의 희생쯤은 가볍게 여기는 우리의 욕망과 불안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준다. 요괴, 신을 소재로 한 일본의 기담은 문화 전방위에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조선희 작가는 일상적인 금기, 잊고 살았던 전통의 면면을 더욱 자세하게 담아낸다. 호기심과 금기, 전통들은 면밀하게 엮어 이야기와 접목시키는 이 시대의 미스터리 마스터의 새로운 이야기가 여기 있다.
전래동화 속 주인공들이 미처 못다 한 이야기의 자초지종, 우리가 보지 못했던 동화 속 숨어 있는 또 다른 진실에서부터 출발한 소설이다. 작가는 전래동화에서 모티브만을 가져와 특유의 도발적이고 뛰어난 상상력으로 전래동화를 전혀 새롭게 재해석했다.
대개의 전래동화는 나쁜 누구는 벌을 받고 착한 누구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마무리로 일단 끝난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이야기만 거기서 끝이 날 뿐 그들은 계속 살았다. 만약 그들의 이야기가 현대까지 계속된다면? 이 이야기들은 이런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스미스의 바다를 헤맨 남자> - 금도끼은도끼전
나만의 도끼는 어디에 있을까? 공장을 운영하는 ‘나’는 주말만을 기다리며 한 주를 버틴다. 노송 군락지로 유명한 ‘계창’에서 주말동안 동창 명헌을 만나 사업 얘기를 하기로 했지만, 한참동안 차를 몰아도 마을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길가에서 만난 노인에게 길을 묻자 “남의 물건을 갖고 있으면 발걸음이 무거운 법이지. 그냥 놓고 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듣는다. 가까스로 도착한 거래처의 ‘노사장’을 만나지만 어쩐지 그는 소문이 좋지 않다. 나는 물려받을 공장의 부실함과 가족들의 실망,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에 떤다. 가장으로, 사장으로 지키고자 했던 그의 마지막 금도끼,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