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착하고 아름다운 인물들은 없다. 조선희 작가 소설의 주인공들은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타인의 희생쯤은 가볍게 여기는 우리의 욕망과 불안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준다. 요괴, 신을 소재로 한 일본의 기담은 문화 전방위에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조선희 작가는 일상적인 금기, 잊고 살았던 전통의 면면을 더욱 자세하게 담아낸다. 호기심과 금기, 전통들은 면밀하게 엮어 이야기와 접목시키는 이 시대의 미스터리 마스터의 새로운 이야기가 여기 있다.
전래동화 속 주인공들이 미처 못다 한 이야기의 자초지종, 우리가 보지 못했던 동화 속 숨어 있는 또 다른 진실에서부터 출발한 소설이다. 작가는 전래동화에서 모티브만을 가져와 특유의 도발적이고 뛰어난 상상력으로 전래동화를 전혀 새롭게 재해석했다.
대개의 전래동화는 나쁜 누구는 벌을 받고 착한 누구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마무리로 일단 끝난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이야기만 거기서 끝이 날 뿐 그들은 계속 살았다. 만약 그들의 이야기가 현대까지 계속된다면? 이 이야기들은 이런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시시> - 우렁각시
1934년,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상부의 명령이 내려오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시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기까지 하자, 아주일보에서 일하는 옥함은 기자 본능을 발동해 개인적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옥함의 집에는 별안간 우렁각시가 나타나고, 옥함의 동료들은 우렁각시를 조사하기로 한다. 옥함의 방에 몰래 숨어 하루 종일 지켜보던 동료들. 마침내 우렁각시가 모습을 드러내고, 기자들은 옥함이 사는 방과 건물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