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풍속과 낭만'을 호방한 필치로 그려낸 대하소설 <임꺽정>이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봉건제도에 저항하는 백정 출신의 도적 임꺽정의 활약을 통해 조선시대 민중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걸작이다. 식민지시기 대표적 역사소설이자 한국근대소설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전10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이야기가 하나로 흘러가면서도 각 권이 독립성을 갖는다. 「봉단편」, 「피장편」, 「양반편」은 임꺽정을 중심한 화적패가 아직 결성되기 이전인 연산조 때부터 명종 초까지의 정치적 혼란상을 폭넓게 묘사하는 한편, 백정 출신 장사 임꺽정의 특이한 가계와 성장과정을 그린다.
「의형제편」은 후일 임꺽정의 휘하에서 화적패의 두령이 되는 주요인물들이 각자 양민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청석골 화적패에 가담하기까지의 경위를 보여준다. 「화적편」은 임꺽정을 중심한 청석골 화적패가 본격적으로 결성된 이후의 활동을 그려나간다.
'한국 최고의 문필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벽초 홍명희는, 1928년부터 1940년에 이르는 기간에 <임꺽정>을 창작하여, 신문연재 방식으로 발표했다. 그는 민족적인 정서에 토대를 두면서 조선의 풍속을 오롯이 되살려냈다. 일제 식민지라는 특수상황에서 임꺽정과 스승 갖바치가 백두산으로, 제주도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임꺽정 패가 탐학하는 지배층을 골려주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다.
임꺽정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들이 확실한 자기 색을 내며 주인공과 비등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또한 소설 속에는 무당이나 색주광, 장돌배기, 도둑놈, 예인집단 등 온갖 민중들이 등장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노래, 속담, 전설 등을 들려준다.
2008년 1월 출간되는 개정판은 신문 연재분 및 조선일보사판, 을유문화사판과의 대조작업을 좀더 꼼꼼하게 하여 원문에 더욱 충실하고 정확한 판본이 되도록 했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어려운 용어나 생소한 낱말은 본문에 뜻풀이를 달았다. 또 활자를 크게 넣고, 박재동 화백의 그림을 더해 읽는 즐거움을 더욱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