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1318 문고 시리즈 89권. <우주 비행>으로 제10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홍명진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서울 남산 자락에 타임캡슐을 묻은 해, ‘해방촌’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세밀한 묘사와 정갈한 문체로 그려냈다. ‘1985년의 해방촌’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그 시대를 지나온 ‘보통 사람들’의 삶을 청소년의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여느 청소년소설들처럼 가볍고 경쾌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깊고 묵직하다. 그럼에도 홍명진 특유의 명징한 묘사와 삶을 바라보는 유머러스한 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 방식 때문에 ‘문학적인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빛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오를 비롯한 해방촌 사람들의 캐릭터 때문이다. 겉으로는 위악적으로 굴지만 내면에는 순수함을 간직한 롯데 미용실의 난희, 아픔을 감춘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라, 실향민 연백 할머니와 옥탑방 은둔 청년 태평이 형까지.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의 인생에서 살아 펄떡이며, 주오는 그런 그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작가는 마치 스모그로 뒤덮인 서울 하늘처럼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열일곱 살 주오가 이웃들과 부대끼며 그들을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섬세하고도 맑은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인 세상 앞에 선 주오와 그 풍랑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할 불빛은 과연 무엇인지’ 찬찬히 곱씹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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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01년 제10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
200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10회 사계절 문학상(2012), 제5회 백신애 문학상(2012), 우현 예술상(2013),
김용익 소설 문학상(2018) 수상
장편 소설 『숨비소리』, 『우주비행』, 『타임캡슐1 985』, 『앨리스의 소보로빵』
단편집 『터틀넥 스웨터』, 『당신의 비밀』
앤솔러지 『벌레들』, 『콤플렉스의 밀도』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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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소개
남산 아래 첫 동네
연백 할머니
금남의 집
태평의 대우주론
콜드크림과 티슈
롯데 미용실 딸들
오! 할렐루야
눈물과 팥빙수
우리가 모르는 것들
머나먼 미래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