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이는 새봄이가 선물한 <모비 딕>을 하루빨리 읽어야 한다. 이 책을 다 읽어야 새봄이가 제주도로 전학 가기 전까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새봄이는 엄마의 장례식 날짜가 세월호 참사와 겹쳐 힘든 시간을 보냈고, 4년 만에 돌아간 학교에서 우연히 <모비 딕>이라는 책을 접하고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낀다.
엄마의 죽음과 사회적 죽음이 겹치면서 죽음에 대한 강박과 우울증을 오래 앓아온 새봄이는 세월호 참사처럼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사건을 ‘상(相)전이’로 볼 수 있다는 담임 선생님 말에 큰 울림을 받는다. 전이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기에, 그 변화를 인식하고 방향을 잘 이끌어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으로 연결된 소녀와 소년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지금껏 봐 왔던 어떤 연애담보다 오히려 훨씬 더 참신하게 읽힌다.
이 책에는 <모비 딕> 말고도 여러 작품이 등장하는데 ‘책읽기’라는 행위가 독자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대신 경험하는 느낌이 들기고 하고 ,<모비 딕>에 대한 완벽한 해설서처럼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서로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킨 소년과 소녀의 진실한 마음은 지구 행성에서 수많은 종들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