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여 놓은 차라고 반드시 먹어야 되랄 법은 없다.
청한 것이라 먹고 나왔으면 그만이련만 조군은 금방 문을 삐걱 열고 들어서는 것만 같아, 기다리기까지의 그동안이 못 견디게 맘에 조민스럽다.
어떻게도 만나고자 애타던 조군이었던가. 주일 나마를 두고 와 줄까 기다리다 못해 다방을 찾아왔던 것이 와 놓고 보니 되레 만날까 두렵다. 가져온 차를 계집이 식탁 위에 따라 놓기도 전에 백통화 두 푼을 던지다시피 쟁반 위에 떨어뜨리며 나는 다방을 뛰어나왔다.
조군이 나를 찾기까지 기다려 봐야지 내가 먼저 조군을 찾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야 자존심이 허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다방을 나와 놓고 보니 조군의 자존심 또한 나를 먼저 찾아 줄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경우에 나를 먼저 찾아 줄 조군이었더라면 벌써 나를 찾았을 그이었을 게고, 또, 우리의 사이가 이렇게까지 벙으도록 애초에 싸움도 없었을 게 아닌가.
생각은 또 이렇게 뒤재어지니 내가 그를 먼저 찾지 않는다면 서로의 자존심은 언제까지든지 벗걸려 조군과의 사이는 영원히 멀어지고 말 것 같다.
사람의 사이란 이렇게도 벙으는 것인가, 우스운 일에 말을 다투고 친한 사이를 베이게 되었다.
- 문학은 로맨티시즘이어야 된다거니 리얼리즘이어야 된다거니 다투던 끝에 조군의 가장 아는 체하는 태도에 불쾌해서 “조군은 아직도 예술을 몰라.”하고, 좀 능멸하는 듯한 태도로 내받은 한마디가 조군의 비위를 어지간히 상한 모양이다.
이상한 안색이 말없이 변하는 것을,
“군은 아직 예술의 그 참맛을 모르지.”
농담에 돌리려고 맘에 없는 농을 붙이니,
“자식이 잔뜩 건방져 가지고…….”
조군 역시 농담 아닌 농담으로 받는다.
“건방진 게 아니라 군은 모른달 밖에.”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데 건방지다는 건 다 머야.”
“건방지다는 건 모르고도 아는 체하는 것.”
“군과 같은 존재?”
“뉘가 할 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