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노이다. 제가 미쳤노이다. 제가 왜, 미치겠노이까. 그러나 선생님! 세상은 저더러 미쳤다 하노이다. 그러니, 저는 과연 미쳤는가. 미치지 않은 것 같은 이러한 제 마음은 정말 미친 것인가.
제 마음이건만 저도 분간을 못 하고 있을 밖에 없노이다.
선생님! 저는 이제, 저를 길러 주신 선생님에게 이렇게 미치게 되기까지의 그 경과를 아니 사뢸 수가 없노이다. 제가 미쳤다면 선생님은 제 자신보다도 더 아파하실 것을 모름이 아니오나, 한편 생각하올 때면 저의 신변에 이러한 일이 있었음에도 숨기고 있다는 것은 선생님에게 대한 저로서의 도리에 도리어 예의가 아닌가 하여 차마 들기 부끄러운 붓을 벼르다 벼르다 이제 들었노이다.
선생님! 바로 그게 사 년 전 그 해의 여름이었노이다. 그날 오정 가까이 김군과 같이 읍내의 옥거리를 지나다가 하도 목이 클클하기에 맥주집에 찾아들어갔더니 게서 우연히도 한군과 손군을 만난 것이 아니었겠노이까. 그리하여 우리 네 사람은 한 자리에 합석이 되어 오래간만에 서로들 술잔을 나누며, 유쾌한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노이다.
그런데, 선생님! 그때 제가 말한 이야기 가운데는 저도 하기 싫은 이야기였노이다만은 몹시도 그들을 놀라게 한 것이 있었노이다. 바로 영주가 세상을 떠났다는 보고가 그것이었노이다.
“머야! 영주가 죽어?”
“아 - 사람이 그렇게도 죽나!”
한군과 나는 서로들 이렇게 놀라며 인생의 무상함을 다시금 느끼는 듯이 한숨을 쉬고 고인의 모습을 그리어 보는 듯이 눈들을 내려깔고 무엇인지의 생각에 잠깐의 침묵이 계속되었노이다. 그러는 동안 또 조, 박, 허, 세 사람이 하던 부채질을 하며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겠노이까. 선생님! 마치 이 날은 그 술집이 우리들의 회합 장소나처럼 되었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