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없는 지하 300척 캄캄한 갱내로 첫 대거리 몇 패가 저마다 이마에 붙인 안전등을 번쩍이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온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채탄 브리가다의 책임자인 리창섭은 내리 굴 바른편 막장에서 작업을 날래 끝마치자마자 잡은 참 왼편 막장을 향하고 급한 걸음걸이로 바삐 걸었다.
시꺼먼 탄가루에 더께가 앉은 갱도 바닥은 군데군데 곤죽이 된 수령이 있어 이리저리 골라 디디는 동안까지도 그는 사뭇 더딘 것만 같아 매우 불안한 마음이 소용돌이쳤다.
창섭이는 자기의 손이 채 못 미쳐 뜻하지도 않은 사고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염려로써 마음이 몹시 조이게 하였다.
이처럼 두 곳에서 그의 손을 기다리므로 컴컴한 갱내에서도 바쁜 걸음을 아니 칠 수 없었다.
갱내는 후덥지근하면서도 음산하다. 통풍 관계인지 약간 코가 매캐하고 목구멍이 알싸하다.
새까만 속에 오직 안전등의 희미한 불빛만이 여기저기서 번뜩인다. 그것은 마치 구름 사이로 별들이 껌벅이는 것만 같다.
바른편 막장으로 들어오는 어구에 두 개의 전짓불이 오도 가도 않고 고정된 채 명멸할 뿐이다.
창섭이가 그리로 차차 가까이 가서 보니 갱내 운반공인 박복례와 이명숙 두 여성이다. 그들은 자기가 맡은 밀차 울검지에다 제각기 손을 걸치고 서서 무슨 이야기인지 재미나게 하느라고 사람이 가까이 가는 줄도 모른다.
창섭이는 둘의 옆을 모른 체 하고 그냥 지나치려다가
“동무들 수고허우. 혼자 미느라고 너무 힘들지 않소?”
부드러운 그의 음성은 둘의 귀를 찔렀다.
그제서야 일제히 고개를 움찔하고 명숙은 바른켠 막장으로, 복례는 창섭이의 앞을 지나, 탄차를 제게 밀며 각각 헤어졌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국부 선풍기와 잉잉거리는 소리가 긴 갱도 안을 요란스레 뒤흔들어 놓는다.
“복례 동무! 몇 차째요?”
창섭이는 그리 많지 않게 쌓인 탄무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번 갔다 와야 겨우 여섯 번인걸요, 뭐.”
“오늘도 스무 차 넘긴 힘들겠군그래.”
“흥 큰일났군! 의로 치나 둘러치나 매한가지람. 두 패로 나누면 좀 날가 했더니….”
창섭이는 이렇게 웅얼거리며 막장께를 기웃이 들여다 본다.
곡괭이질 소리가 우드럭우드럭 난다. 암만해도 곡괭이 끝이 암팡지게 들이박히는 소리가 아니다.
박봉규의 일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일제 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던 모양 그대로다.
창섭이는 불현듯 자기의 지나온 과거가 머리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