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은 한 손에 고삐를 잡은 채 말을 세우고 부러쥐었던 한 켠 손을 또 펴며 두 눈을 거기에 내려쏜다.
번쩍 하고 나타나는 오십 전짜리의 은전이 한 닢, 그것은 의연히 땀에 젖어, 손바닥 위에 놓여져 있는데, 얼마나 힘껏 부러쥐었던지 위로 닿았던 두 손가락의 한복판에 동고랗게 난 돈 자리가 좀처럼 사라지질 않는다.
이것을 본 응팔은 그 손질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이제야 겨우 발이 잡히기 시작하는 거치른 수염 속에 검푸른 입술을 무겁게 놀리며,
‘제 제레 이 이렇게 까 깎 부러?는 데야 어디루 빠 빠져나가?’
하고 돈을 잃지 않은 자기의 지능을 스스로 칭찬하고 만족해하는 미소를 빙그레 짓는다.
응팔은 오늘도 장가드는 신랑을 태워다 주고 돈을 얻어선 여기까지 십 리 길을 걸어오는 동안, 아마 다섯 번은 더 이런 짓을 반복했으리라. 그러니 아직도 집까지 닿기에는 또한 십 리 길이나 남아 있다. 몇 번이나 또 이런 짓을 되풀어야 될는지 모른다.
무엇이나 귀한 것이면 응팔은 두 개의 주머니가 조끼의 좌우짝에 멀쩡하게 달려 있건만 넣지 못한다. 손에서 떠나 있으면 마음이 놓이지를 못하는 것이다. 살에 닿는 그 감촉이 있어야 완전히 그 물건이 자기에게서 떠나지 않고 있다고 안심이 된다.
그러나 응팔의 이런 의심증은 결코 그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었다. 한 번은 그때도 역시 사람을 태워다 주고 오십 전 한 닢을 얻어, 손에다 쥐고 오다가 문득 말을 세우고 줌을 펴 보았다. 손에는 돈이 없었다. 조금 전에 오줌을 누며 허리춤을 뽑을 때 그만 쥐고 있던 돈을 깜박 잊었던 것이 뒤미처 생각키었다. 그리하여 돈은 그때에 떨어졌으니 라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으나, 그래도 그는 그 후부터도 돈을 주머니에 넣지 못하고 줌에 부러쥐기를 의연히 잊지 않으며 그저 펴 보는 그 번수만을 자주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