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 12시에 하타가야(幡ヶ谷[번ヶ곡]) 차고에 차를 넣고, 한밤중 어둡고 스산한 언덕길을 터벅터벅 고다큐(小田急[소전급]) 선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최동성(崔東成)의 마음은, 오늘밤 유난히 암흑처럼 어둡고 무겁다.
뒤로 하늘에는 낫처럼 생긴 가느다란 초승달이 걸려 그의 그림자를 눈앞의 지면에 소리 없이 끌고 있다. 한발 한발 자신의 그림자를 밟으며 가는 그는 또 자신을 동정하고 아파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고단하게 일해도 그날의 생활이 편치 않은 형편에, 설상가상으로 맹장염까지 일으켜 한 달 남짓 앓아 누운 동안 근무처인 차고도 완전히 회사제(會社制)가 되어 지금까지 격일 출근이었던 것이 이틀 연속 출근에 하루 쉬는 식으로, 더구나 비번날조차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단 아침에는 7시까지 나가서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차체를 씻어 동료에게 인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수입은 훨씬 줄어든 상황이다. 거듭되는 가솔린 통제로 다시 휴차 수가 많아지자 그것에 대한 수입 감소를 대부분 운전수측에 부담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가을로부터라도 어떻게든 야학 전문부에 다녀야겠다고 속으로 가늠하던 계획도 아예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고, 게다가 몸은 갈수록 혹사에 시달려 마음껏 잠을 잘 시간조차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난 평생 이 자동차 밥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걸까.’
동성은 오늘 하루 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얼마나 여러 번 이 생각만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현실을 헤쳐 나가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은 그물이 되어 자신을 칭칭 동여매려고 한다. 생각이 일단 집안일로 치달으면 다시 마음은 암담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 5,6개월이나 밀린 집세와 4개월 분의 전기료, 돈이 모자라 외상으로 남겨 둔 수술비 등…….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려야겠다고 애써 채찍질하는 마음도 헛수고로 돌아가고 눈앞조차 흐릿하게 어지러워지기도 했다. 손님을 태웠다는 것도,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건지도, 의식 깊은 속에서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