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배는 강보에 쌓인 그대로 쌔근쌔근 숨을 쉬고 자는 갓난아이의 곁에 바짝 쪼그리고 앉아서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하여도 사람같이 보이지 않았다.
“여보! 이게 어디 사람 같소? 꼭 원숭이 새끼 같구려.”
“누구든지 첨에는 다 그러겠지요. 이렇게 자랐으니까 큰소리를 하지…….”
이렇게 말하는 아내의 맘은 어느덧 누그러진 듯하였다. 영배는 적이 마음이 놓였다.
“인제야 풀리셨군.”
속으로 중얼대며 두 손가락으로 갓난아이의 볼을 한 번 짚어보았다.
아내는 깜짝 놀라며,
“말아요. 자는 걸…….”
하고, 손을 잡아뗀다.
영배는 못 이기는 체하고 손을 움츠리었다.
“여보, 그러나 큰일 났소. 식구는 이렇게 늘어가는 데 먹을 것이 있어야 하지요.”
“그런 걱정은 그만두구려. 저 먹을 것은 제가 다 타 가지고 나오니까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고 어서 저 방으로 가서 못 잔 잠이나 주무시구려. 나도 인제 잠을 좀 자야 할 터이니까요…….”
아내는 이렇게 말하고 눈을 스르륵 감으려고 한다.
“어쨌든 걱정이야……. 이걸 다 키워내자면…….”
영배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었다.
“글쎄, 걱정 말고 어서 자요. 몇이나 되어서 걱정이요?”
하고, 아내는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아니꼽게 바라보며 힘없이 애원하듯 말하였다.
영배는 모기장 밖으로 다시 나왔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흘렸다. 그리고 저고리가 젖어서 등에 붙었다. 마루로 나오자 그는 겨우 정신이 차려지는 듯하였다. 여름날에 방에 불을 넣고 모기장을 치고 드러누운 아내와 애기의 땀 한 점 아니 흘리는 것이 기적처럼 생각이 났다. 그들은 인간이란 지경 밖에서 홀로 사는 딴 종류의 동물이나 아닌가 하는 의심조차 없지 않았다. 또한 여자는 그런 데에도 넉넉히 견딜 수 있다 하는, 또는 그리하여야만 한다는 운명을 타 가지고 나온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났다. 그는 뜰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도 부족한 듯 다시 부채를 들었다.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