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서곡

이익상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10월 1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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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그 뒤 며칠 동안은 다행히 천기가 좋아서 K 양과 늘 함께 산보함을 얻었었다. 그러나 처음에 산보하는 그날과 같은 위안은 없었다. C사 내에 일어난 일을 서로 이야기할 뿐이었다. 극히 단순한 가운데에서도 알 수 없는 긴장한 기분은 떠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에 우리들은 산보하는 방향을 바꾸어 신사(神社) 내에 갔었다. 신사 내는 극히 한적했었다. 신궁 앞에 늘어선 석등롱(石燈籠) 사잇길로 그 신궁 뒤에 갔었다. 그곳은 음침하기가 백주에도 야차가 뛰어나올 듯하였다. 큰 삼목(杉木) 밑에는 아이들 완구 같은 신전이 있었고, 그 앞에는 분향한 재(灰)가 소복하게 되었다. K 양은 나의 뒤를 따라오다가 “아이고, 무서워요!”라고 부르짖었다.
나는 그 어두컴컴한 삼림 속에서 조금 광명한 곳을 향하여 나왔었다. 조금 광명한 신사 곁에는 인조산(人造山)이 있었다. 그것은 후지산의 모형이었다. 그래서 올라가는 길을 고불퉁고불퉁하게 만들어놓고, 그 구부러진 모퉁이마다 조그마한 석비(石碑)를 세워 이합목(二合木)이니 삽합목(三合木)이니, 내지 팔합목(八合木)까지 표시하여 놓았었다. 석괴(石塊)로 쌓아 올린간극(間隙)에는 두견화, 회목(檜木), 황양목(黃楊木) 등을 심었었다. 나는K 양과 인조 후지산의 등산을 시(試)하였었다. K 양은 그 고불퉁한 길로 올라오는 동안 숨이 찼던지,
“후지산을 나가기가 꽤 된걸요.”
웃으면서 말하였다. 나 역시 웃었다.
“아침 산보에 후지산 등산! 아! 우리가 어느 소인국에 온 것 같소그려!”
참으로 후지산일 것 같으면, 그 분화구 근처에 넓은 들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돌에 걸터앉아서 십주(十州)를 부감(俯瞰)하려는 듯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삼목의 그늘은 우리의 머리를 덮었었다. 신사의 지붕도 쳐다보았다. 후지산정에서 환멸의 비애를 잠깐 느끼었다.
K 양도 아무 말 없이 바위에 걸터앉았다. 나도 그리하였었다. K 양은 한참 우두커니 무엇을 생각하는 것 같더니 말을 내었다.
“S 씨! 세상이 왜 이렇게 야속하고 불공평한가요?”
나는 ‘이 소녀의 감상주의가 또 나왔군!’ 이라 생각하였다.
“무엇이 어떻게요?”

...책 속에서...

저자소개

1895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으며 일본대학 신문과를 졸업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의 기자를 거쳐 『동아일보』 학예부장, 『매일신보』 편집국장?이사 등을 역임했다. 일본 유학시절 조선고학생동우회 활동에 참가하였고, 파스큘라 동인, 카프의 발기인이었다. 1921년 5월 『개벽』에 「예술적 양심을 결여한 우리 문단」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광란」(1925), 「흙의 세례」(1925), 「쫓기어 가는 이들」(1926) 등이 있다.

목차소개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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