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 며칠 동안은 다행히 천기가 좋아서 K 양과 늘 함께 산보함을 얻었었다. 그러나 처음에 산보하는 그날과 같은 위안은 없었다. C사 내에 일어난 일을 서로 이야기할 뿐이었다. 극히 단순한 가운데에서도 알 수 없는 긴장한 기분은 떠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에 우리들은 산보하는 방향을 바꾸어 신사(神社) 내에 갔었다. 신사 내는 극히 한적했었다. 신궁 앞에 늘어선 석등롱(石燈籠) 사잇길로 그 신궁 뒤에 갔었다. 그곳은 음침하기가 백주에도 야차가 뛰어나올 듯하였다. 큰 삼목(杉木) 밑에는 아이들 완구 같은 신전이 있었고, 그 앞에는 분향한 재(灰)가 소복하게 되었다. K 양은 나의 뒤를 따라오다가 “아이고, 무서워요!”라고 부르짖었다.
나는 그 어두컴컴한 삼림 속에서 조금 광명한 곳을 향하여 나왔었다. 조금 광명한 신사 곁에는 인조산(人造山)이 있었다. 그것은 후지산의 모형이었다. 그래서 올라가는 길을 고불퉁고불퉁하게 만들어놓고, 그 구부러진 모퉁이마다 조그마한 석비(石碑)를 세워 이합목(二合木)이니 삽합목(三合木)이니, 내지 팔합목(八合木)까지 표시하여 놓았었다. 석괴(石塊)로 쌓아 올린간극(間隙)에는 두견화, 회목(檜木), 황양목(黃楊木) 등을 심었었다. 나는K 양과 인조 후지산의 등산을 시(試)하였었다. K 양은 그 고불퉁한 길로 올라오는 동안 숨이 찼던지,
“후지산을 나가기가 꽤 된걸요.”
웃으면서 말하였다. 나 역시 웃었다.
“아침 산보에 후지산 등산! 아! 우리가 어느 소인국에 온 것 같소그려!”
참으로 후지산일 것 같으면, 그 분화구 근처에 넓은 들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돌에 걸터앉아서 십주(十州)를 부감(俯瞰)하려는 듯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삼목의 그늘은 우리의 머리를 덮었었다. 신사의 지붕도 쳐다보았다. 후지산정에서 환멸의 비애를 잠깐 느끼었다.
K 양도 아무 말 없이 바위에 걸터앉았다. 나도 그리하였었다. K 양은 한참 우두커니 무엇을 생각하는 것 같더니 말을 내었다.
“S 씨! 세상이 왜 이렇게 야속하고 불공평한가요?”
나는 ‘이 소녀의 감상주의가 또 나왔군!’ 이라 생각하였다.
“무엇이 어떻게요?”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