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의 밤

이익상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10월 1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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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역시 불안하였다. 다시 몸을 돌렸었다. 머리가 휭휭 내둘리었다. 내둘리는 머리를 들어 천정을 쳐다보았다. 보기 싫게 검붉은 목단화 송이 그림이 흩어져 있을 따름이었었다. 창 위에 숙경의 남편이 동경에서 여러 학우들과 함께 박은 기념사진이 걸리었었다. 숙경의 시선이 거기에 머무를 때, 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었다. 숙경의 시선이 등불을 돋우고 그 사진을 굽어볼 때에, 언제든지 조금 느끼던 질투의 맘이 전신에 불꽃처럼 일어났었다.
‘아까 노파가 말하던 여자들도 이러한 여자 가운데에서 나온 것이다…….여자가 남자와 사진을 박아…….’
사진을 놓으면서 그의 남편이 이 사진을 보내며 한 편지의 말을 그는 생각하였다. 새 여자들을 남자와 다름없이 모든 일을 하며 교제한다고 자기를 비웃는 듯한 말을.
‘이 중에 그의 남편과 좋아하는 이가 없는지 누가 보장하랴 알 수 없다.알 수 없다아! 있으면…….’ 그는 사진을 던지고 아랫목에 다시 그 쓸쓸한 잠자리에로 들어갔었다. 노파의 한 말이 의연히 귀에 들리어온다. 서로 애정이 없으니까…… 부모끼리 자기 맘대로……. 애정이란 것은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남자들이 요구하는 애정이 어떠한 것인지 과연 알 수 없고, 자기가 지금 그의 남편을 생각함에 어떻게 하여야 애정이 있다 할까. 어떻게 더 극진히 생각하여야 애정이 샘물 솟듯 할는지 알 수 없었다. 부모끼리 자기들 의사대로, 이것은 나의 형편도 노파가 말하던 그 불쌍한 여자와 빈틈이 없이 맞는다.

...책 속에서...

저자소개

1895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으며 일본대학 신문과를 졸업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의 기자를 거쳐 『동아일보』 학예부장, 『매일신보』 편집국장?이사 등을 역임했다. 일본 유학시절 조선고학생동우회 활동에 참가하였고, 파스큘라 동인, 카프의 발기인이었다. 1921년 5월 『개벽』에 「예술적 양심을 결여한 우리 문단」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광란」(1925), 「흙의 세례」(1925), 「쫓기어 가는 이들」(1926) 등이 있다.

목차소개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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