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금

허민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10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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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향주는 침식을 잊고 어형 그린 종이에 정신을 쏟았다.
벌써 그 우에는 악기로서 부분을 따서 이름과 해석을 기입하였나니
고기머릴 ─‘사공(司空)(허공을 잡다.)’
눈을 ─‘신문(神門)(신이 출입함.)’
등을 ─‘도천(走天)(온갖 것이 뛰어 놈.)’
배를 ─‘수지(受地)(사랑을 다 받음.)’
꼬릴 ─‘지정(指情)(정을 버리지 못함.)’
이라 하였고 삼성(三性)을 가르는 줄은 희성선(喜性線)비성선을 양편에 두고 묵성선을 화성 (和性)이라고도 하여 가운데 두기로 하고 줄을 떠 괴는 괘를 운우(運宇)라 한 다음, 이 악기 이름을 지어 어산금(魚山琴)이라 하였다.
이 해석이 또한 특이한 것이니 ‘어(魚)’는 동(動)이요 정(情)이요 촉(觸)이니, ‘산(山)’의 묵(默)이요 포(抱)요 감(感)에 합치됨이라. 내 청춘이 세상 바다의 고기였더러니 산에 올라 도리어 바다를 바라는도다 하였다.
그러고 어산금 높이를 반 뺌, 길이를 석 자쯤 짐작하고 운우가 서는 주전을 둔둑하게 하며 사공에서 지정에 이를수록 가느라질 뿐 아니라 세 줄도 합쳐져 버리는 그런 구도(構圖)였다.
설계가 완전히 끝난 다음은 곧 오동나무를 반자로 내어 절(節)을 죽이기 위해 진흙에 묻고 명년 봄 안으로는 기어이 완성하리라 뼈므렀던 것이었다.

...책 속에서...

저자소개

1914년 경남 사천군 곤양에서 태어나, 1943년 스물아홉 나이에 지병인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곤양공립보통학교와 해인사 강원을 거쳐 해인사립강습소 교사, 동아일보 진주지국 기자로 일했다. 열여덟 살 때인 1932년 처음으로 시 '이별한 님'이 '불교'에 발표된 뒤, 스물두 살 때인 1936년 '매일신보' 현상 공모에 소설 '구룡산'이 당선되었고, 1940년과 1941년 '문장'에 시 '야산로', 소설 '어산금'이 잇달아 추천되어 문재를 떨쳤다. 길지 않은 작품 활동 기간 동안 시와 소설, 동화, 수필 갈래에 걸쳐 모두 329편이나 되는 작품을 남겼다. 이들 가운데 시가 299편으로 압도적인데, 여섯 편을 뺀 나머지는 모두 미발표 육필 시집 여섯 권에 남아 전한다. 경남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삼아 열정적으로 민족 현실을 안고 뒹굴었던 청년 허민의 문학은 나라잃은시대 후기, 윤동주의 내성적 비전과는 다른 현실적 비전을 앞세우며 우리 근대 민족문학의 마지막 자리를 힘차게 웅변한다.

목차소개

<작가 소개>
1
2
3
4
5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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