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청전쟁이 끝나고 일본은 그 전쟁에 이겼다고 온 백성이 기쁨에 넘치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때였다. 동양에도 이름도 없는 조그만 섬나라 ― 부락과 부락의 전쟁뿐으로서 그 역사를 지어내려 오던 나라 ― 종교와 예의와 법칙과 학문과 기술을 인국(隣國) 신라 고구려 대당(大唐) 등에서 조금씩 꾸어다가 때움질하여 오던 ×나라 그 나라가 통일이 되고 정돈이 된 지 삼십 년도 못 되는 이때에 대담히도 세계에 찬란히 이름난 대청국(大淸國)에게 싸움을 걸어서 이겼다 하는 것은 과연 당시에 온 세계를 놀라게 한 큰 사실인 동시에 그만치 일본 국민에게는 기쁜 일에 다름없었다. 그리하여 온 일본 국민이 넘치는 기쁨을 막지 못하여 가사를 내어던지고 영업을 내어던지고 춤추고 날뛸 때에 무장야(武?野)의 어떤 벌판에 온전히 인간계의 그런 잡된 일을 초월한 듯이 한가히 날아다니던 범나비가 한 마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