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서재에서 무엇을 을 쓰던 최순호는 그 아내 경희의 부르는 소리에 붓을 멈추었다.
“여보세요. 거기 계세요.”
남편의 대답이 늦으니까 재차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으스름한 초승달 빛이 소리 없이 흐르는 뜰을 지나 순호의 서재 방으로 올려 들어오는 그 소리는 몹시 거칠다. 그러자 뒤따라,
“으아 엄마―.”
하는 어린애 울음소리가 처량히 들린다.
“왜 그러우.”
순호는 아내의 소리에 맞장구를 치면서 ‘교의’에서 일어섰다.
“이리 좀 나와요. 누가 애를 버리고 갔어요.”
그 소리는 날카롭게 순호의 신경을 찌르르 울렸다. 순호는 교의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순호는 아주 진중한 태도로 천천히 걸어서 밖으로 나간다.
“할멈.”
경희는 황겁스럽게 할멈을 부르더니,
“이 뒷집 언니 좀 오시래! 큰일났네.”
퍽 황황해 한다.
순호는 마루 아래 내려섰다. 서늘한 초가을의 으스름 달빛은 퍽 처량히 뜰을 엿보고 있다. 뜰에는 어느새 여자의 그림자가 대여섯이나 어른거린다.
“얘, 너 웬 애냐? 응. 울지 말고 이리 오너라.”
순호는 천천히 대문간으로 걸어나간다.
어득시러한 대문 그림자 속에 유령같이 어른거리는 조그마한 그림자는,
“어엉 엄마― 잉잉 흑흑.”
구슬피 부르짖으면서 밖으로 엉금엉금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