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경성으로 가고 오는 기차선로 이름은 경부선이라 하지요.
이 경부선 기차를 타고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구 정거장에서 내려가지고 동쪽으로 나가는 조그마한 기차에 갈아타면 동쪽 바닷가 포항이라는 곳까지 갈 수 있어요. 그리고 경주라고 하는 아주 예전에 신라 임금이 사시던 곳에도 갑니다. 그런데 이 기차선로 이름은 동해중부선이라고 한답니다.
대구서 이 기치를 타고 나면 다음 닿는 곳은 동촌이라는 정거장이고요, 그 다음은 어여쁜 이름을 가진 반야월이라는 정거장입니다.
이제 여러분께 하려는 이야기가 바로 이 반야월 정거장 근처에서 시작됩니다. 여러분이 이 이야기를 다 읽으시고 나서 일부러 만들어 쓴 거짓말 이야기겠지 하고 의심은 하지 마세요. 왜 그러냐 하면, 의심나시는 분은 누구든지 반야월이란 곳에 오셔서 누구에게나 물어보시면 알 테니까요.
자, 여러분께 어서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얼마나 가엾고 감심할 만한 이야긴가 잘 읽어보시고 많이 동정해주세요.
그런데요, 아까 말씀한 그 반야월이란 곳 말입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이 킬로미터만 걸어가면 높고 낮은 산들이 자욱이 둘러 있는데 이 산골에 오십 호가량 되는 조그마한 동네가 하나 있어요. 이 동네이름은 월남동이라고 부른답니다.
이 월남동이라는 동네에 지금부터 사십 년 전에 명학이라고 부르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소년 명학 군에게는 동생이 둘이 있었는데 큰 동생은 아주 살이 퉁퉁하게 쪄서 ‘뚱보’라는 별명을 듣는 명룡이고요, 다음 동생은 두 눈이 무척 큼직하게 생겼다고 ‘눈쟁이’라는 별명을 듣는 명우랍니다.
그런데 명학이만은 어떻게 잘생겼던지 아무 별명도 없었어요. 그때 명학이는 열두 살, 명룡이는 여덟 살, 명우는 네 살이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하나 있어요. 명학이에게는 우연히 아버지가 없어졌어요. 어떻게 된 셈인지 재작년 가을부터 아무 말 없이 없어지고 말았어요.
“어머니, 아빠 어디 갔어?”
하고 그의 어머니에게 물어보면
“난몰라. 어디 갔는지.”
“왜 몰라. 가르쳐줘.”
“모르는데 어떻게 가르쳐주니.”
하며 어머니도 모르시는 모양이었어요. 점점 오래되어 가면 갈수록 아버지 생각이 간절해졌어요. 어떤 때는 어머니 몰래 뒷산에 올라가서 소리를 쳐
“우리 아버지 보고 싶어.”
하며 울기도 했답니다. 밤이 되면 산골이기 때문에 부엉이는
“부헝, 부헝.”
울고, 산새도 간간이 처량하게 울지요. 어머니와 동생들 곁에 누워 자려면 여간 무서운 것이 아니었어요. 바람이나 불고 비나 오는 밤이면 어머니도 무서운지 불을 켜놓고 오래도록 잠을 자지 않았어요. 그럴 때는 명학이도 장난치지 않고 어머니를 위로하려고 동생들도 잠이 못 들게 장난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