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사자처럼 뛰쳐 나뒹굴고 거친 파도처럼 휘돌며 나의 육체는 사계절의 역순환과 같이 엉망이었다.
잠이 들지 않는다. 담배 생각이 나서 아파트 복도에 선다. 밤하늘을 보니 서울 하늘에 잘 보이지 않던 별자리가 선명하다.
다른 별자리는 잘 보이지 않는데 오리온 별자리는 유독 선명하다. 광도가 밝은 주변의 별들을 연결지어 생각해 보면 오리온 별자리가 활을 든 사냥꾼처럼 보인다.
활을 쏘는 것 같더니 별똥별 하나 하늘을 가로질러 땅으로 떨어진다.'
계절이 지나면 여린 잎은 짙어지고 핏빛 낙엽으로 땅으로 떨어진다. 인간이 죽는다는 진실을 누구나 알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는 건 왜일까. 망각하기 때문일까.
에드바르 뭉크는 사랑조차도 '함게 가는 죽음'이라는 말을 남겼다. 연인에게 받은 장미꽃이 시들기 전에 이별을 맞는 사랑을 간직한 채 하늘의 꽃, 별이 지는 밤하늘을 바라다보며 '병동 산책'처럼 짧았던 만남을 잠시 마음에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