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부자

백신애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11월 2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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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하나 남았던 그의 어머니마저 죽어버리자 그대로 먹고 살만하던 살림이 구멍 뚫린 독 속에 부은 물같이 솔솔솔 어느 구멍을 막아야 될지 분별할 틈도 없이 모조리 빠져 달아나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어찌된 심판인지 경춘(敬春)이라는 뚜렷한 본 이름이 있으면서도 ‘택부자’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이왕 별명을 가지는 판이면 같은 값에 ‘꼴조동이’, ‘생멸치’, ‘뺑보’라는 등 그리 아름답지 못하고 빈상(貧相)인 별명보다는 귀에도 거슬리지 않게 들리고 점잖스럽고 그 위에 복스러운 부자라는 두자까지 붙어 ‘택부자’라고 별명을 가지는 편이 그리 해롭지는 않을 것이건만 웬일인지 불리우는 그 자체인 경춘이는 몹시 듣기 싫어하였다.
동리에서 그래도 학교나 꽤 다니던 젊은 아이들도 ‘택부자’라면 성을 내는 경춘의 성미를 아는 터이라 저희끼리 암호를 가지고 불렀다.
돈 많은 사람은 가내모찌(金持) 온갖 것을 다 ?많이 가진 사람은 모노모지(物持)라고 하니까 경춘이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유별나게 턱만 아주 길죽하게 가진 고로 아고모찌(顎持)라고 하자……고 의논이 된 뒤부터는 경춘이는 앞에거도 맘 놓고
“아고모찌 아고모찌.”
하고 찌끗찌끗 웃었다. 어떤 때는 턱 모르는 경춘이도 남들 웃는 꼴이 우스워 같이 웃어내기도 하였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 죽겠다고 구르며 우스워했다.
“이 사람 모찌(떡) 장사 좀 해보지.”
“모찌장사?”
“그래, 요 사이는 아고모찌라는 게 생겼는데 잘 팔린단다.”
“아고모찌가 뭔고?”
“허허허…… 아고모찌를 몰라? 맨들맨들하고 속에 하얀 뼈다귀 같은 왜떡이지.”
“이 ?잉.”
“남들은 우스워죽겠다는데 혼자 경춘이는 고개를 끄떡끄떡하였다.
훌쩍 벗겨진 이마 위에 파리가 앉으면
“파리 낙상하겠구나.”
하는 것은 꼿꼿치 흔히 보는 바라 그리 우스울 것이 없지마는 경춘의 턱에 파리가 딱 붙게 되는 날이면
“야! 빵에 파리 앉는다. 쉬실라.”
하고 찌글거리면 경춘이 함께 영문도 모르고 웃는 꼴이야 흔한 것이 아닌 만큼 우스워 허리가 부러질 판이다.
아고모찌도 경춘이가 알아챌까봐 또 한 번 넘겨서 ‘아고’는 떼어 버리고 모찌만을 서양말로 번역하여 ‘빵’이라고도 하였다. 이 빵이 또 한 번 번역되어 떡이라고도 하였다. 그러므로 경춘이는 자기 앞에서는 모찌라는 둥, 빵이라는 둥, 떡이라는 둥 이야기만 하는 고로
“이 사람들은 밤낮 떡 말만 하네.”
하고 도로 넌지시 핀잔도 주는 때가 있다.
그러나 경춘이 역시 바보가 아닌 사람이라 어렴풋이 제육감(第六感)이 활동하여 그것이 모두 자기의 별명인 줄 깨달았다. 경춘이는 택부자가 아고모찌가 되고, 아고모찌가 빵이 되고, 빵이 떡으로 변화해 나온 줄은 모르고
“옳지, 떡, 떡, 턱 자를 되게 붙여서 떡이라는 게로구나. 떡이 서양말로 빵, 빵은 일본말로 모찌, 음…… 죽일 놈들.”
경춘이는 다른 사람과는 반대로 번역해 들어갔다.

저자소개

소설가(1908~1939). 본명은 무잠(武岑). 1929년 단편 소설 <나의 어머니>로 문단에 데뷔한 여성으로, 현실주의적 작품들을 발표했다. 작품에 <꺼래이>, <적빈(赤貧)>, <호도(糊塗)> 등이 있다.

목차소개

<저자에 대해>
악부자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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