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향 평양의 봄은 유자의 심사를 어질게 하매 넉넉하거니와 봄이 지나 여름이 되었다고 이 평양은 버릴 수는 더욱 없다.
보라, 기자능의 욱은 유록과 능라도의 가랑버들, 월하의 화방이며, 만일 한발 더 나아가서 모란봉 저편 강변에 꽃 같은 젊은 여자의 빨래하는 무리들이 흥에 겨워 부르는 요요한 노래를 들으며는 그것은 납량객들의 몽매 간에도 잊지 못할 명승의 하나일 것이 분명하다.
무심히 흘러 가는 대동강 물에 발을 잠그고 버들 그늘에 누워 얼굴에 실바람을 들일진댄 무력에 젖은 창자도 바야흐로 씻기어 내릴 향락의 하나일 것이니 대자연의 거룩한 조화를 맛보는 자는 봄보다도 오히려 평양의 여름을 탐낼 것이다.
숙종대왕(肅宗大王) 즉위 사년 유월 열나흘날 저녁이었다.
만월에 가까운 둥근 달이 중천에 높이 솟아 있어 대동강변 일대와 청루벽 부근 일대에는 월광을 그리어 나온 사람 시원한 바람을 쏘이러 나온 사람으로 사람의 자취가 끊어지지 아니한데 강물을 흘러내려오는 유선 중에 가장 큰 배 한 척에는 오색빛 초롱 불이 월광과 빛을 다투어 있고 풍류소리 유랑한 가운데에 아릿다운 기생들의 부르는 노래소리 바람에 실리어 강 언덕 납량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저 누구의 노릿 밴지 돈 냥이나 없애네그려.』
하는 자도 있고
『여보게 오늘 밤 같이 달 밝은 밤에는 미상불 한잔 먹고 놀아야지 우리같이 빼빼 말라서야 달님이 욕하시겠네.』
하고 부러워하는 자도 있다.
『관가 노린가 보네.』
『이 사람 누구 노린 줄도 모르고 있나.』
『알 턱이 있나 빌어먹을 팔자가 왼 종일 탕건깨나 뜨는 녀석이 저게 뉘밴지 알 재주 있나. 자네 같이 발이나 재고 이목이 빨면 모르거니와.』
『기생이 한턱 내는 거라네.』
『어느 놈 삿갓을 씨우고 말이지.』
『아니.』
『그럼 무슨 턱.』
『두옥이란 기생이 있지 않은가, 행수 기생이지.』
『그래.』
『그 기생이 이번 도임한 김 감사한테 수청을 들게 돼서 제 출물로 동무들에게 한 턱을 내는 거라네.』
『아따 자넨 참 어디서 그렇게 소문을 들어 오나 아마도 자네 그 두옥이 속에서 나왔나 보이.』
『옛기 ─ 미친녀석.』
납량객들은 이렇게 농담 짓거리를 하며 웃고 하는 것이었다.
과연 그 노릿배는 기생 두옥이가 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