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성과 절부

윤백남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12월 1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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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문(文)에는 신숙주(申叔舟).
무(武)에는 홍윤성(洪允成).
이렇듯 그 영명을 당시에 번뜩이던 세조조(世祖朝)의 명신 수옹(守翁) 홍윤성이 과거에 응시코자 도보(徒步)로 그 고향 회인(懷仁 )을 떠난 것은 경 태삼년(景泰三年) 임신(壬申) 호서(湖西)일대에도 봄소식 무르익는 삼월 하 순이었다.
이십년 가까운 세월을 가난한 그 숙부집에 붙쳐 있으며 밭갈기 논매기 심지어는 그 숫한 식구가 때야 할 나무까지 해 대느라고 밤낮을 주접 속에 묻혀 지나던 그였으나 그동안에도 잠시 마음을 떠나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한번 벼슬자리를 얻어 사람 구실을 해보자.』
하는 간절한 뜻이었다.
더욱이 기운이 장사라 열세 살 때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산돼지를 맨주먹으로 잡은 일이 있으매 스스로 자기 기운에 대하여 자만하는 마음이 있던 그 는 이때부터 어린 마음에라도 더욱 굳게 뜻을 세우고 서울편을 향하여 희망에 타는 눈살을 부라리었다. 그러나 동리사람 사이에서 받는바 평판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으니, 그것은 너무 자기 힘을 믿는 만큼 자연 횡폭한 행동 이 잦은 까닭이오. 또 한 가지는 영웅호색이라니 그처럼 용맹한 성미의 사람이라 마음까지 호방해지어서 드디어 마을의 처녀나 유부녀를 막론하고 심상히 보아 넘기는 일이 없게끔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숙부되는 사람이 원체 착하고 어진, 요사이 말하자면 동리의 신망가(信望家)였기 때문에 아무도 맞대해서는 무어라 탓하는 일이 없었지만 돌아서면 곧
『천하잡놈 윤성이.』
『그놈 끝까지 그 성미로 망신하리.』
하고 저주하였다.
따라서 이번 윤성이 정든 고향을 등지고 수중에 한푼 없으면서 감히 서울을 향하여 떠날 뜻을 낸 것도 첫째로는 물론 항상 그리던 청춘의 꿈을 어떻게라도 이루어 보고자 하는 소원이었겠지만 둘째로는 역시 마을 어떤 유부녀를 후려내려다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다시 동리에 붙어 있을 면목이 없을 만큼 사태가 난망해진 까닭이었다.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희곡집 『운명』을 저술한 작가. 극작가, 소설가, 영화감독.

목차소개

<작가 소개>
홍윤성과 절부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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