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사람 마침 잘 만났네. 그렇잖아도 시방 자네게로 좀 찾아갈까 어쩔까 하고 서서 망설이는 참인데……
나? 어제 저녁에 올라왔어. 머 내 재미란 게 별것 있다. 명색이 지점장 대리라서 일은 한가하겠다, 또 주축하는 축들이 과히 상스럽진 않겠다, 하니까 심심하면 모여서 술추렴이나 하고, 그러지 머, 허허…… 그만하면 나도 옳게 타락은 됐지? 허허. 사실 나야 변하고말고……
그래 댁내는 다 안녕하시고? 또, 재미나 좋았나? 아따 이 사람아, 그만하면 무던하이. 시방 이 세태에 그 이상 더 바란대서야 외려 도둑놈이지. 허허허 그렇잖나?……
그렇지. 우리가 만난 지가 꽤 오랬어. 그래 그래, 그게 바로 작년 이월 초생이야. 나는 차에서 내리고, 일변 자네는 남쪽으로 가느라고, 그 차를 올라타고, 머, 인사도 변변히 못했겠다? 그러고서는 이번 첨이지? 응, 옳아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