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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용묵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12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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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번에는 네 처까지 다 데리고 올라가게 하고 내려왔지?”
내가 집으로 내려온 날 밤에 아버지는 나를 불러 앉히더니 이렇게 물으신다.
봄에 내려왔을 때 아버지가 이제는 돈을 아니 주시겠다고 하시므로, 이번까지 돈을 주시면 내 아내까지 다 서울로 데려다 살림을 하겠다고 굳이 졸라서 그때에도 또 돈 3백 원을 가지고 올라갔던 것이므로, 이번 내려오면 으레 이러한 말씀은 들으리라, 예기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 되지는 못하였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네- 장차로는 그리 되겠습지요.”
할 밖에. 하니까 아버지는,
“무엇이! 장차라니.”
놀라신다.
“일이 아직 채 되지를 못해서 그럽지요.”
했더니,
“아니 일이라는 게 대관절 무슨 일이관데 그리 힘이 든단 말이냐? 어디 좀 자세히 알어나 보자. 이게 삼 년짼가 원 사 년짼가?”
아버지는 그 일이라는 것이 너무도 세월이 없는 듯이 이렇게 대들며 턱을 내미신다.
아니 게 아니라, 일이라는 것을 아버지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실에 있어서 나의 일이라는 것은 취직에 있었으나,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사 년 동안이나 취직을 못 하고 돈만 가져다 쓴다기는 너무도 창피하여 돈을 얻어내는 한 수단으로 회사를 하나 만든다고 거짓말을 해 놓았던 것이다. 그러니, 그 일이라는 것은 내가 취직이 되어서 달리 거짓말을 꾸며대기 전에는 끝은 언제나 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다가 나는 이번에도 이러한 형편에서 또 돈을 가지러 내려 왔으므로 역시 그 뜻대로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쌔 그 회사 때문에 그렇지요, 뭘-.”
“거 무슨 회사기에 그렇게 힘이 든다느냐?”
“한솟 다 되었는데 아직 돈이 좀 부족해서 그래요.”
아무래도 나는 돈 이야기를 또 꺼내야 될 것이었으므로 아예 이 기회에 대답 삼아 또 내다 붙었다.
“아니 뭐 뭣이! 또 돈?”
아버지는 인제 돈 소리는 듣기도 무섭다는 듯이 흠칠 하고 놀라시며 얼굴을 모으로 돌리신다.
내 일을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가 벌써 사 년이나 넘었는데 취직을 못 하고 집에서 돈을 가져다 쓰자니 실로 아버지를 대할 면목이 없었다. 그것도 남과 같이 여유나 있는 돈이면 모르거니와 얼마 되지도 않는 전답을 팔아다 쓰자니 딱한 노릇이었다.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병풍에 그린 닭이』, 『백치아다다』 등을 저술한 소설가

목차소개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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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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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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