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

계용묵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12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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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바람은 아닌 것 같다. 유리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판장까지 울린다. 분명히 무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다.
‘환잔가?’
“여보세요!”
부르기까지 한다. 틀림없는 사람이다. 뜨인 눈에 정신이 좀더 새로워진다. 스위치 줄을 당긴다. 짤깍 불빛이 방안에 찬다. 아내의 눈도 뜨인다.
“머에요?”
“머 환자겠지.”
“아이,내버려 두세요,그냥.”
아내는 역한 게 밤 환자다. 언제나 잘 때에 오는 환자면 내버려 두란다.
남편의 행동은 자기에게까지 영향이 및는다. 간호부도 약제사도 없다. 환자를 들이면 남편과 같이 일어나 행동을 함께하여야 하는 것이 던져진 직책이다. 그것도 돈이나 왕왕 들어오는 시끄러움이라면 역할 것도 없겠다. 남편의 의사술론 밤마다 밤잠을 못 재워도 언제라고 이런 궁박은 면할 수 없을 게 빤히 내다보인다. 본시 남과 같이 자본을 많이 들여 이렇다 눈에 번쩍 뜨이도록 그렇게 병원을 차려 놓지는 못했어도 이만한 정도로도 남들은 다들 번지르하게 산다. 아무리 쌀값이 비싸다 하더라도 양식도 마음놓고 못 대는 병원, 무엇이 탐탁해 밤잠까지 못 자고…… 생각할수록 사람만 밑지는 짓 같다. 으스하게 느껴지는 한기가 더욱이 오력을 주려잡는다.
“어서 불 끄구, 누우세요. 내버려둠 저 찾다 가지 않으리.”
귀찮은 듯이 아내는 이불을 푹 뒤집어쓴다. 진도 정말 일어나기가 을씨년스럽다. 싫은 마련으론 모른 체하고 그대로 누웠겠으나, 환자라면 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늘 한 걸음 먼저 앞선다. 밤 아니야 비바람이 들고 쳐도 개업 이래 칠팔 년을 환자 한 번 모르는 체 돌려보내 본 일이 없다. 이게 아내의 비위에는 날마다 역해진다.
“아이, 세시가 들어가는데…….”
아내는 여전히 내버려둠 하는 눈치나, 진은 제대로의 생각에 옷도 그러나 분주히 주워입고 문간으로 나간다.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병풍에 그린 닭이』, 『백치아다다』 등을 저술한 소설가

목차소개

<작가 소개>
1
2
3
4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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