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들어와 앉는다는 것이 그 밑이었다. 무엇이 장하다고 한 다리를 찢어져라 공중으로 들고 선 묘령의 단발양 - 서커스단의 광고 포스터 치고는 그리 추잡한 것은 나이로되, 앉아서 올려다보니 맹랑하다.
“여보, 이거 치어 줘요.”
매담에게 시선을 보내며 한 손으로 포스터를 가리켰다. 눈치 빠른 긱다껄은 매담의 지시도 있기 전에 달려와 정호의 머리 윗벽에 붙은 포스터를 뗀다.
“고히!”
그러나, 고히보다 시보리가 먼저 온다.
“시보리 안 써.”
“안 쓰세요?”
“안 써.”
그리고, 담배를 꺼내 왼손 엄지손가락의 손톱 위에 긁을 박으며,
“성냥!”
그러나, 그적엔, 커피가 왔다.
성이 가시는 듯이,
“어이, 성냥 가져와요.”
다시 크게 소리를 질러놓고 보니. 성냥갑은 이미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것이 있다. 멋쩍게 집어들어 담배를 붙이고 나니 계집은 성냥을 또 가져온다.
할 말이 없다. 말없이 정호는 찻잔을 들었다.
열한시가 넘은 다방 안은 한산하기 짝이 없다. 건넌쪽 야자수 그늘아래 마주앉았던 한 쌍의 젊은 남녀가 가즈런히 떠나 나가니 정호에게는 들리지도 않는‘아베 마리아’곡이 쓸데없이 떠들고 있다.
담배 한 개 필 동안만 기다리라던 한군은 곱잡아 붙인 담배가 반이 넘어 타서도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