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일 후였다.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날 나의 아내는 마침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일 때문에 나는 학원에를 못 가다가 7, 8일 만에 가니 미령의 태도는 전에 찾을 수없는 명랑한 기분이었다.
“말못된 얘기는 다 말할 수 없죠만 거 원참 그렇게도…….”
하고 미령은 고개를 숙인다.
“할 수 있습니까?”
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멀 - 이군이야(나) 땡 잡았지 더 고운 색시 얻을 텐데 -”
하고 서선생이 농을 붙인다.
“그럼요, 바루 말하면 남자들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리고, 미령이는 가볍게 한숨을 쉰다.
색안경으로 늘 그를 비춰 보려고 해서 그런지 그 한숨 속에는 무슨 애수가 담기운 듯했다. 그러나 전날 쉬던 한숨보다는 퍽이나 가벼운 명랑성을 띤 것이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석양이었다. 그날은 마침 볼일들이 있다고 하학이 되자 교원들은 다 돌아가고 사무실에는 미령와 나와 단둘이만 남아 있게 되었다.
소제하던 아이들까지 다 돌아가고 학원 안이 고요하여졌을 때 테이블 위에 놓인 신문지 여백에다 쓸데없이 연필로 무엇인지 끄적이고 앉았더니
“선생님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반쯤 고개를 든다.
나는 벌써 속으로 지난날의 조조 잡던 그날 밤 일을 연상하고 가슴이 뜨끔하였다.
“네? 선생님! 저는 그동안 선생님의 말씀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그리고 엄숙한 빛을 띤 얼굴에 열정에 타는 눈이 대담하게도 나를 쏘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