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나서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나 돌아오려나 문밖에 나서니 은은히 들려오는 선달네 굿소리 !
둥 둥둥 둥둥둥 !
둥 둥둥 둥둥둥 !
한참 흥에 겨워 치는 장구소리다.
이 소리에 박씨의 마음은 더욱 초조하다. 그대로 달려가기만 하면 신령님은 복을 한아름 칵 안겨줄 것 같다.
아이, 그이가 오늘은 또 속상하는 김에 술을 잡수셨나보지. 들락날락 기다리나 어둠이 짙어 가는데도 돌아오는 기척이 없다. 박씨는 안타까왔다. 어둠은 점점 짙어 가는데 그러다 굿이 끝나면 하는 생각은 그대로 참지는 못하게 했다. 아이를 못 낳는 한 그러지 않으면 시어미의 그 욕을 면해볼 도리가 있을까? 시어미 눈야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나 시어미의 치마끈에 매달린 고방문 쇠를 어찌할 수 없으매, 복을 빌 명미를 낼 수 없음이 자못 근심일 따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또한 이 밤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다. 생각다 못하여 박씨는 애지중지 농 밑에 간직해두었던 은바늘 통을 뒤져냈다. 이것은 어머니가 시집을 때 노리개두 못해주는데 이것이나 하나 해줘야 된다고 옥수수 엿 말을 팔아서 만들어준 것으로 자기의 세간에 있어선 다만 하나의 보물이었다. 그러나 박씨는 이제 자식을 빌러 가는 명미의 밑천으로 그것을 팔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