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이가 남편 덕쇠를 따라나와 정거장 장터에 거진 당도했을 때에는 가슴이 사뭇 두근거리고 바람끝이 차건만 볼때기가 확확 달곤 했다.
이쁜이는 오늘 새벽에 시어머니한테 머리끄덩이를 잡혀 동댕이질을 치우고 부지깽이로 얻어맞고 또, 밥먹을 때에 욕을 반참삼아 얻어먹은 그런 예사일만 아니면 남편의 하는 것은 도무지 모두가 뜻밖이요 처음 보는 일이었었다.
맨먼저 남편이 그렇게 두부를 사다 주는 둥 말을 곰살갑게 하는 둥 그런 것이 전에 없는 일이다.
또 비단옷을 입혀준다는 것은 말만이라도 꿈에도 들어보지 못하던 소리다.
그때 그는 남편의 얼큰한 얼굴을 보고 혹시 내력 없는 주정을 하는 것인가 했으나 보아도 주정은 아니었었다.
혹시 안 갔다고 잡어떼기는 하지만 노름방에를 갔다가 돈이 좀 나우 생겼나, 그래서 비단옷을 해준다고 그러나. 그러나 그렇게 갑자기 곰살갑게 굴고 비단옷을 해주고 할 턱이 무엇인가.
가령 돈이 생긴 눈치를 알고 이편에서 먼저 비단옷을 해달라고 했더라도 ‘되지두 못헌 것이 건방진 소리를 한다’고 머쓰려버릴 것이고 기껏해야 양식을 팔아오는 길에 분이나 오전짜리 한갑 사다가는 시어머니 몰래 집어던져 줄동말동한데, 물론 그거라도 감지덕지하지만.
그래 종시 궁금하던 판인데 밥을 먹으면서 남편이 시어머니더러 하는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속을 알았다.
그는 그 말을 듣고 그 내평을 알고 나니 속이 얼떨떨하니 어쩐 셈을 알 수가 없었다.
도무지 이상했다.
자, 세상에 못났다는 처접을 타고 난 자기를 보고 돈을 백 원이나 준다는 것이 이상하고, 그래서 그 돈으로 장사를 해서 춘삼인지 하는 사람처럼 떵떵거리고 살고, 그래 밥을 아니 굶고 옷을 헐벗지 아니하고 산다는 것이 남의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