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서 그쯤만 믿고 열시가 가깝도록 늦잠을 자다가, 어린 놈과 안해의 성화에 견디다 못해 필경 끄들려 일어나다시피 일어나서는 소쇄를 마친 후 마악 조반상을 물린 참이었었다.
다섯 살박이 어린 놈은, 새로 장만한 모자야 구두야 양복 등속을, 죄다 벌써 떨쳐 입고는 물병까지 둘러메고, 문간으로 마당으로 우줄우줄 뛰어다니면서 나더러도 어서 얼른 채비를 차리고 나서라고 재촉을 해쌓는 것이었다.
안해는 또 안해대로 부엌에서, 마지막 내가 물린 밥상을 대강 치우느라고 재빠르게 서두는 모양이더니, 이윽고 행주치마에 손을 씻으면서 나오는데, 입은 연방 벙싯벙싯 다물어지질 않았다.
어쩐지, 그러고 아까부터 신수가 화안하더라니, 자세히 보니, 모처럼 화장을 얄풋이 다스린 얼굴이요, 머리엔 아이롱 자죽까지 곱살했다.
명색이 주부에 식모 보모를 겸해, 일신삼역을 맡아 하자매 문앞 반찬가게와 목간 출입이 고작이요, 게다가 또 나라는 사람이 무던히는 범연하여 유진장 술이나 먹고 놀러다니기에 음악회 하며 영화구경 한 번인들 데리고 가 주는 법 없고 하는 터이라, 저로서는 오늘 같은 일가 단란의 행락이 십년일득인 양 즐거움직도 한 노릇이었고, 해서 아무려나 근경이 일요일을 당한 샐러리맨의 단가살림 가정답게 명랑한 아침인 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