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를 데리고 모처럼 고향엘 다니러 내려가는 길이었다.
밤 열한시 이십분의 목포행(木浦行) 직통열차는 다른 간선열차와 마찬가지로 언제고 옆구리가 터지도록 만원 이상인 것이 보통인데, 맨 앞칸인 소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고 승객이 도리어 모자랄 지경으로, 많이 좌석이 남는 것은 자못 이외가 아닐 수 없었다. 군데군데 그래서 벌써, 이인분의 한 걸상을 혼자 차지하고는 편안히 누워, 일찌감치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고 하여, 실없이 때아닌 원시(原始)(?)풍경을 구경하겠었다.
우리 내외는 문치 가까이 한 복스에서, 어떤 향객(鄕客) 한 사람과 동석이 되었다. 나는 그 향객과 같이 앉고, 안해는 혼자 앉게 했다. 차멀미를 몹시 하는 그라, 끝내 이대로만 좌석이 여유가 있을 양이면, 그리하여 누워서 가느라면, 자연 부대끼기도 덜 부대낄 테요 해서, 우선 다행이었다. 그러나 미구에 우리는, 부득이 선량해야 했다.
남경역역(南京域驛)인데, 이윽고 발차벨이 울 즈음이야 웬 헙수룩한 촌 농군태의 동저고리 바람에 방한 벙거지만 눌러 쓴 중년 남자 하나가, 과히 촌스럽지 않은 소녀 하나를 뒤세우고 황급히 차칸으로 들이달았다.
가쁜 숨을 허얼헐, 손에 든 모조피 트렁크와 보따리를 주체 못해 하면서, 그 어리뚱하여 좌석을 찾느라고 연방 고개를 끼웃거리는 것이나. 빈 자리는 만만히 없었다. 원은 없는 게 아니지만, 남은 좌석을 두 사람분씩 점령하고 누웠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없음이나 일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