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저러고 어째서 이렇게 부지를 못하게 짜증이 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요새로 바싹 불면증이 더 도져 연일 잠을 잘 자지 못했고 더욱이 간밤에는 한눈도 붙여보지 못한 채 누워서 밝힌 터라, 신경이야 많이 까스라와졌겠지만 그렇기로니 무슨 그다지 뼈아플 까닭은 있으며, 어제 오늘 비로소 눈 거슬린 꼴이라고. 신경인들 또한 어제 오늘 비롯한 병이라고.
분명코 오랫동안 자극없이 한적하던 칩거생활로부터 별안간 이 소란하고도 정갈치 못한 분위기 속엘 들어온 탓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대로 더 심해 가다가는 죄없이 일을 저지르고야 말지 싶다. 시방이라도 누구 톱톱한 상대나 있던지 하여 한바탕 실컷 좀 몰아 대주고 구박을 주고 했으면 속이 후련할 것 같으니.
그러나 그도 실상은 마음뿐이지, 공연한 기염이다. 그러한 경우를 당해 놓으면, 첫마디부터 흥분을 해가지고 침착을 잃는다. 자연 말을 함부로 하고서 되잡혀서는 뒷감당을 못한다. 결과는 망신만 번연하다.
이번 걸음일랑 차라리 작파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만 같지 못할까 보다.
집에는 아내가 있다. 언제고 화풀이를 잘 받아준다. 아내면은 경우와 조리가 빠져도 위격으로 해넘길 수가 있어서 더욱 좋다.
마침 트집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겨울 외투를 그대로 입겠다는데 저는 어제 아침에도 부중엘 들어갔더니 여럿이들 입었더라면서 우겨서 스프링을 입혀 보냈다. 정거장에 와서 본즉 스프링을 입은 사람이라곤 설렁하니 나 하나뿐이다.
추워서 도로 왔다고, 그리고 무얼 다 아는 체를 하더니 생으로 촌 쟁퉁이 구실을 시키느냐고 얼마든지 잡도리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