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짝 손에다는 오리쓰메를 한 개, 다른 한편짝 손에다는 두 홉들이 정종을 한 병…… 이렇게 이야기 허두를 내고 보면 첩경 중산모자에, 깃에는 가화를 꽂은 모닝 혹은 프록코트에 기름진 얼굴이 불콰아하여 입에는 이쑤시개를 물고 방금 어떤 공식 축하연으로부터 돌아오고 계신, 모모한 공직자 영감이나 또는 동네의 유지명망가씨 한 분을 소개하는 줄로 선뜻 짐작을 하기가 십상이겠지만, 실상인즉 그런 게 아니라 바로 저 ××심상소학교의 소사(小使) 현서방의 거동인 것입니다.
교장선생님이 아침에 ‘후로꼬또’를 입고 나오시길래 아마 어디 예식에 참례를 하시나보다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점심 후에 잠깐 나가셨다가 이내 돌아오시면서 그 길에 받아 가지고 오신 오리쓰메와 정종을, 술은 본디 일 모금도 못하시는 어른이라 마개도 뽑지 않은 채 벤또는 반찬서껀 서너 저깔이나 뜨시다 말고
“우리 이리 오부소. 핸소방우 자바라 좃소.”
하시면서 내주신 그 오리쓰메와 그 정종이던 것입니다.
옥같이 하얗고 기름이 지르르 흐르는 일등 정백미의, 알 굵고 보드라운 밥도 밥이려니와 반찬이라기보다도 아이들이 군입으로 좋아하게 생긴 고소한 반찬들이 귀물스러워 현서방은 우선 먼저 딸년 순동이가 생각이 났읍니다.
언제고 학교에서 나가 석양 무렵에 집의 일각대문 안을 헴 밭은기침과 더불어
“순동아!”
부르고 들어설라치면 기침 소리 부르는 소리보다 먼저 발자죽 소리가 아버지의 돌아옴을 알아듣고서 벌써 그 알량스런 다리로 잘름잘름 대문간까지 뛰어나와
“아버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