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사태가 선언된 지 십여 년이 흘렀다. 기 사장은 오늘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성인용품점에 오는 손님들을 맞았다. 세 차례에 걸친 변이 이후 사태가 좀 진정되었다곤 해도 그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잊지 않는 쪽이었다. 술에 취해 맨얼굴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보면서 기 사장은 오늘도 십 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함께 가게를 운영했던 여동생은 이 차로 변이된 바이러스에 의해 허망한 죽음을 맞이했었다. 그때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리다 보니 짜증이 치솟았다. 그는 손님이 없는 틈을 이용해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스트레스 해소방에서 물건을 부수고 나온 그를 배 사장이 붙잡았다. 동갑내기 친구인 배 사장은 이제 곧 꿈에 그리던 여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주일 동안 크루즈를 타고 세계 여러 나라를 구경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기 사장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나 배 사장은 앞으로 겪게 될 일들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떠나기 전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자신이 갖고 있는 리얼돌이었다. 일 층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 점주가 자신의 리얼돌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 배 사장은 기 사장한테 리얼돌을 맡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