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몸을 조금 움직거려, 그 우습게 궁상스런 포즈를 한 부분을 헤뜨린다.
생각에 골몰했던 참이지만 춥기도 무던히 추웠었다.
절후로 치면 벌써 춘분이니 봄도 거진 완구해 올 무렵이요 하지만, 진달래꽃머리 요 때면 으례껏 하는 버릇으로 기어코 요란떨이를 한바탕 차례를 잡자는 요량인지 연 사흘째나 날이 개질 듯 말 듯 끄물거리면서 새침한 바람끝이 수월찮이 쌀쌀하다.
마침 날씨가 그러한데다가 또 아침 군불 같은 것은 이름도 곧잘 알 줄 모르는 항용 학생 하숙집의 방 명색이고 보니, 섣불리 한겨울의 제철 추위보다도 오히려 견디어나기가 어려웠다.
하기야 일요일도 아닌 여느날 훤한 대낮인데 학생 하숙집 방구석에 우두커니 사람이 들어앉았는 것부터서 자못 부자연스러 보이는 노릇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대신 금새 날아갈 듯이 두 무릎을 잔뜩 쪼글트리고 쪼글트린 무르팍 위에다가는 팔짱 낀 팔을 얹고 그리고 그 위에다가는 허리를 옹송크려 한편 볼을 파묻고, 이러고 앉아서 가만가만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는 그 근천스런 포즈만은 구들장이 얼음장 같고 썰렁하니 붙일성 없는 이 방안의 어설픔과 빈틈없이 잘 얼리는, 그래서 차라리 자연스런 배경(背景)이기도 했었다.
그것이 당장??옥초는 생각이 한참 잦아지는 동안 싸늑싸늑 스미는 찬 기운에 몸과 사지가 제풀로 옴츠라들어 부지중 앉음앉음이 그래진 것이지 위정 앉아서 그런 궁상을 피웠던 것은 아니고……
하기를 아무려나 거진 한 시간 그 모양을 하고 앉았던 끝에 그럭저럭 또 생각이 바닥이 나고 말아, 비로소 다뿍 신어붓잖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쳐들던 것이다.
고개를 쳐들면서 입맛을 쩟! …… 팔목에 눌렸던 볼때기는 자죽이 유난히 빨갛다.
“밤낮! …… 밤낮 고추 먹고 맴맴, 생 먹고 맴맴, 밤이나 낮이나 매앰맴만 허어구우! 제엔장마아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