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은 새서방이 보따리에 꾸려 짊어지고 술은 색시가 손에 들었다.
부친은 앓고 누워 기동을 못하고 그렇다고 누구 마음맞게 배웅해 줄 사람도 없어 모친이 겨우 오 리 가량 따라나와 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저께 데리고 온 꼬마동이라도 잡아 두었을 것을 하고 후회도 했으나 역시 후회될 따름이다.
그러나 해는 좀 기울었다지만 아는 길이니 저물기 전에 재만 넘어서면 그 다음에는 평탄한 들판인즉 좀 저물더라도 그리 상관은 없으리라는 안심으로 그것도 묻뜨리고 나선 것이다.
아침부터 잔뜩 흐렸던 하늘에서는 금시로 눈이 쏟아질 것 같다. 바람이 또한 여간만 차고, 거세게 불지를 않는다. 오 리 바탕이나 바래주러 따라나왔던 모친이, 딸이 근친이라고 왔다가 느닷없이 이렇게 쫓겨가고 있는 양이 새삼스럽게 어이가 없어 뻐언히 보고 섰을 무렵부터 눈발이 하나씩 둘씩 포올폴 날리기 시작했다.
바람도 차차로 더 거칠어, 걸음 걷는 앞으로 채어든다. 그러던 것이 필경 재 밑에까지 당도했을 때에는 이미 사나운 눈보라로 변하고 말았다.
바람은 사정 없이 앞을 채이는데 눈발이 미친 듯 휘날리어 걸음도 걸을 수가 없거니와 가는 길이 어떻게 되었는지 분간할 수가 없다.
색시는 겁이 더럭 나고 어쩐지 ,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새서방은 보니 입술이 새파랗게 얼어가지고 달래달래 떤다. 어떻게도 애처로운지 차마 볼 수가 없다.
그럴수록 자꾸만 더 뒤가 돌아뵌다. 시방이면 한 십리 길밖에 오지 않았으니 친정집으로 돌아가도 그리 어려울 것은 없을 듯싶다. 그래 새서방더러 그렇게 했다가 내일 날이 들거든 오자고 달래니까, 그건 죽어라고 도리질을 한다. 색시는 할 수 없이 새서방이 짊어진 보따리를 벗겨 제가 한편 어깨에 걸치고 한 손으로 새서방의 손을 잡아 이끌면서 재를 오르기 시작했다.
비탈은 험한데 길이래야 겨우 발이나 붙임직한 소로다. 그 위에다가 눈이 벌써 허옇게 덮였으니 어느 것이 길이고 아닌지 알아보기가 어렵다. 우환중에 바람이 앞을 채이고 자욱한 눈발이 시야를 가로막으니 짐작삼아 더듬고 간다는 것도 대중을 할 수가 없다.
드디어 길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