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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1년 01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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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S는 때가 새까맣게 묻은 칼라를 뒤집어 대고 넥타이를 매었다.
와이샤쓰 소매도 뒤집어서 단추를 끼웠다. 가뜩이나 궁한 그에게 검정 세루 양복이 칼라 와이샤쓰를 짜증이 나도록 땟국을 묻혀 주었다.
어젯밤에 요 밑에 깔고 잔 양복바지는 입고 앉아 조반을 먹느라면 구겨질 것이 맘에 걸리기는 하나 주인 노파가 밥상을 가지고 올 터인데 잠방이 바람으로 문을 열고 받아들일 수는 없으므로 섭섭은 하지만 할 수 없이 집어 입었다.
혁대를 매며 내려다보니 줄은 칼날같이 잡혔으나 좀 비집은 데를 검정실로 얽어맨 자리와 구두에 닿아 닳은 자리에 올발이 톱니같이 내어다보였다.
바짓가랑이로 내려가서는 엄지발톱에 닿아 구멍이 난 언더양말이 남에게 보인다면 몹시 창피할 만큼 숭업게 발톱이 내어다보였다.
S는 한참이나 바지와 양말의 험집을 한심하게 내려보다가 한숨을 내어쉬며
‘뭘…… 양말은 구두를 신으면 보이지 않을 것이고 바지는 누가 쫓아와서 자세히 굽어다보나……’
이렇게 속으로 단념 반 위안 반의 강제 안심을 하고 옷을 집어 방바닥에서 묻은 먼지를 쓸어내렸다.
짜박짜박 발걸음 소리가 나며 뒷마루에 쿵하는 밥상 놓는 소리가 들렸다.
S는 가슴이 섬뻑하였다.
어제 해전에는 기어코 밥값을 얼마간 변통해 주마고 해놓고 아침에 일찍 나갔다가 자정 후에야 들어와서 잠을 잤으므로 아침에는 또 한바탕 졸경을 칠 텐데…… 생각하니 앞이 아득하고 얼굴이 화끈 달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기침도 크게 하지 못하였고 세수를 하면서도 혹시나 말을 꺼내지 아니하는가 하고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는 주인 노파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얼핏 콧등에 물만 쥐어 바르고 도망질을 쳐 들어와 버렸다.
“밥상 갖다 놓았수.”
하고 주인 노파가 웬일인지 안마루로 가서 상냥하게 주의를 시켜 주었다.

저자소개

소설가(1902~1950). 호는 백릉(白菱)ㆍ채옹(采翁). 소설 작품을 통하여 당시 지식인 사회의 고민과 약점을 풍자하고, 사회 부조리와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작품에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濁流)>, <태평천하> 따위가 있다.

목차소개

<저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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