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켜던 이야기나 하여 볼까 한다. 내가 동대문 밖 어떤 문예 잡지사에 있을 때였다. 늦은 봄 어느날 용산에 갔다가 저녁 때에 사로 돌아갔다. 사는 그때 그 잡지를 주관하던 D군의 집인데 건넌방은 사무실로 쓰고 나도 거기서 먹고 자고 하였다.
따스한 봄볕에 포근이 취한 나는 마루에 힘없이 걸터앉아서 구두끈을 끄르는데 부엌에서 무얼하던 D군의 부인이 나오면서,
“선생님, 낮에 전화가 왔어요.”
한다.
“어서 왔어요?”
나는 마루로 올라가면서 D군의 부인을 보았다.
“채영숙이라 아세요?”
“채영숙이?”
나는 도로 물었다. 이때 그것은 계집의 이름 같다 하고 나는 생각하였다.
“네, 채영숙이라는 이가 전화를 걸었어요!”
D군 부인은 그저 나를 의심스럽게 본다. 나는 암만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모르겠는데!”
하고 나는 이맛살을 찌프리다가 암만해도 믿어지지 않아서,
“또 무슨 거짓 말씀을 하하!”
하고 웃어 버렸다.
“아니요. 참말이에요! 가만 어디…….”
하더니 D군의 부인은 마루에 올라서서 건넌방을 들여다보면서,
“글쎄 저것 보셔요. 너무나 채영숙이 옳은데……. 하하.”
기가 막힌다는 듯이 웃었다. 나도 그이를 보았다. 마루에서 바라보이는 벽에 걸린 전화 위에 칠판을 달았는데 거기 ‘채영숙’이라고 썼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앉아서 내 기억에 있는 여자란 여자는 다 끄집어내었다. 친구들의 부인까지──그래야 채가도 없거니와 영숙이라는 이름도 없었다.
나는 꼭 거짓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