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에 기우는 쌀쌀한 초가을 볕은 ×잡지사 이층 편집실 유리창으로 불그레 흘러들었다.
“오늘은 끝을 내야지……. 오늘도 끝을 안 내주면 어떡한단 말이오?”
몸집이 호리호리하고 얼굴이 길죽한 김은 불도 피우지 않은 난로 앞에 서서 가는 눈을 심술궂게 굴렸다.
“글쎄 어째 대답이 없소?”
저편 남창 앞에 놓인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최는 김의 말을 부축하는 듯이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동창 아래 책상에 기대여 앉은 주간을 건너다보았다. 뚱뚱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키를 가진 주간은 아무 말도 없이 담배를 피우면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보 주간 영감!”
퉁명스러운 굵은 소리로 부르는 것은 입술이 두터운 강이란 사람이었다.
그 소리에 주간은 슬그머니 머리를 돌려서 강을 건너다보았다. 김이 서 있는 난로 앞 의자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던 강은 신문축을 저편 책상 위에 홱 집어던지면서,
“그래 우리 소리는 개소리오? 왜 대답이 없소?”
하고 주간을 뚫어지게 건너다보았다.
“입이 붙었어요?”
가는 눈으로 강과 같이 주간을 건너다보는 김의 소리는 빈정대는 듯하였다.
“하하하.”
주간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입을 커다랗게 벌려서 웃었다.
“입은 안 붙었군! 웃는 걸 보니 힝.”
하고 김이 빈정대는 바람에 최와 강도 벙긋하였다. 그러나 주간의 두 눈은 실룩하여졌다.
“그렇게 웃으면 만사가 편할 줄 아시오? 당신은 배가 부르니 웃음이 나지만…….”
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은 주간의 앞으로 의자를 끌면서,
“그래 어떻게 작정인지 어서 요정을 내야지 인제는 우리도 더 참을 수가 없는데요!”
하는 소리는 좀 순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