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채만식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1년 01월 2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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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남아거든 모름지기 말복날 동복을 떨쳐 입고서 종로 네거리 한복판에가 버티고 서서 볼지니…… 외상진 싸전가게 앞을 활보해 볼지니……

아이, 저녁이구 뭣이구 하두 맘이 뒤숭숭해서 밥 생각두 없구……
괜찮아요, 시방 더우 같은 건 약관걸.
응. 글쎄, 그애 아버지 말이우. 대체 어떡하면 좋아! 생각허면 고만.
냉면? 싫여, 나는 아직 아무것두 먹구 싶잖어. 그만두구서 뭣 과일집(果實汁)이나 시언하게 한 대접 타 주. 언니는 저녁 잡섰수? 이 집 저녁허구는 괘 일렀구려.
아저씨는 왕진 나가섰나 보지? 인력거가 없구, 들어오면서 들여다보니깐 진찰실에도 안 기실 제는……
옳아, 영락없어. 그 아저씨가 진찰실에두 왕진두 안 나가시구서, 언니허구 마주 안 붙어앉었을 때가 있다가는 큰일나라구?
원 눈두 삐뚤어졌지. 우리 언니 저 아씨가 어디가 이뿐 디가 있다구 그래애! 시굴뚜기는 헐 수 없어. 이따 저 누구냐 ‘솨알’? 읽은 지가 하두 오래 돼서 다아 잊었네, 뭣이냐 보바리이 부인 남편 말이야……
허는 소리 좀 봐요. 늙어가는 동생더러 망할 년이 뭐야? 하하하.
내가 웃기는 웃는다마는, 남의 정신이지 내 정신은 하나두 아니야.
양복장 새루 마쳤다더니, 벌써 들여왔구려. 아담스럽게 이뿌우.
제엔장! 나는 더러 와서 언니네가 모두 이렇게 재미나게 사는 걸 본다치면, 새앰이 나구 속이 상해 죽겠어.
무얼? 양복장을 하나 사주겠다구? 언니두 참! 누가 그까짓 양복장 말이우?
그런 건 백날 없어두 좋아. 낡으나따나 한 개 있으면 고만이지 머.
가난해서 좀 고생허구 그러는 건 아무렇지두 않어요.
글쎄 다 같은 한 아버지 딸에 한 어머니 태 속에서 생겨나 가지굴랑, 꼭같이 자라구, 꼭같이 공부허구, 그랬으면서두 언니는 이렇게 안존허게 아무 근심 없이 사는데, 나는 해필 그이 때문에 육장 애가 밭구 맘이 불안하니, 그런 고루잖을 디가 어디며, 생각하면 화가 더럭더럭 난다니깐.
구식 여자들이 걸핏하면 팔자니 사주니 하는 게 아마 그런 소린가 봐.
아닌게아니라, 미신이라도 좋으니, 오늘 같아서는 어디 무꾸리라두 가서 해보구 싶읍디다.

저자소개

소설가(1902~1950). 호는 백릉(白菱)ㆍ채옹(采翁). 소설 작품을 통하여 당시 지식인 사회의 고민과 약점을 풍자하고, 사회 부조리와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작품에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濁流)>, <태평천하> 따위가 있다.

목차소개

<저자에 대해>
소망(少妄)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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