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초관의 집은 남한산 위에 있었다.
금군 육백 명에서 뽑혀서 교관이 되니 만치 무술에도 능하였거니와 그 힘이 또한 장사였다. 다른 금군들은 조련장 근처에 거처하였으나 박초관은 꼭 남한산 꼭대기 제 집에서 다녔다.
아침 일찍이 들어와서 진일 조련을 하다가 조련을 끝내고 남한산으로 돌아가면, 아직도 햇발이 그냥 남아 있도록, 걸음도 빠르고 기운도 센 사람이었다. 그 박초관이 웬 셈인지 한 칠팔일 간을 조련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매일 몸소 혹은 박초관을 시켜서 금군들을 조련시키는 이대장은, 수일 간 박초관이 보이지 않으므로 몸에 탈이나 났나하고 근심되어, 사람을 보내서 남한산 꼭대기 박초관의 집에 가서 알아보게 하였다. 그랬더니 그 집에서 의외의 소식이 왔다.
일전 웬 사람 하나가 홀연히 박초관을 찾아와서 빚어 둔 술 한 독을 다 먹고, 싱싱한 소 한 마리 죽여 먹고, 그 밤으로 함께 나간 채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것이었다.
「웬 일일까?」
근심도 되고 염려도 되어 이대장도 얼마 마음을 쓰고 있었는데, 그 박초관이 실종된 지 여드레가 지나서야 초연히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즉시로 이대장께 조용히 좀 뵙겠다고 청하였다.
궁금하던 차이라, 대장도 사람들을 물리치고 박초관과 조용히 만났다.
그 박초관의 말에 의지하건대 그의 실종되었던 전말은 이러하였다.
그 날(실종된 날) 박초관은 좀 일찍이 집으로 돌아가서 어제 갈다가 남은 밭을 갈고 있었다.
"이랴! 이랴!"
소를 몰아서 밭을 갈다가 박초관은 무심히 눈을 구을려서 저편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
웬 패랑이를 젖혀 쓴 장정 하나이 터벅터벅 산모퉁이를 돌아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