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채만식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1년 02월 0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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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방구들이 조금 꺼진 자리를, 섣불리 뜯었다. 큰 덤터기를 만났다. 어떻게 된 셈인지, 손바닥만하던 구멍이, 손을 댈수록 자꾸만 커져가는 것이다. 손바닥 하나만 하던 것이 둘만 해지더니, 그 다음 셋만 해지고, 셋만 하더니 다시 넷만 해지고…… 한정이 없으려고 한다. 잘못하다 구들을 온통 다 뜯게 될까보다.
직경 한 자 둘레나 뻥하니 시꺼먼 구멍을 뚫어놓고는 그야말로 속수무책, 검댕 묻은 손을 마주잡고 앉아서, 어찌하잔 말이 나지 않는다. 웬만큼 아무렇게나 막는 시늉을 하자니 번연히 그 언저리가 한 번만 디디면 또 꺼질 것, 손을 더 대자니, 적어도 구들을 한 골은 다 헐어야 끝장이 날 모양이고, 그러니 그렇다고 이렇게 뜯어젖힌 채 내버려 두고 말 수는 차마 없는 노릇, 쩝쩝 다시어지느니 입맛뿐이다.
재작년 오월, 안양 양지말(安養陽智村)이라는 동네다 이백칠십 원에 오두막집 한 채를 샀었다. 기어들고 기어나고 하는 다섯 간짜리 납작한 초가집이었다. 터는 남의 터요. 서울서는 집 한 칸에도 항용 오륙백 원 육칠백 원 하는 세상인데, 그런 서울과 고작 육십 리 상거요, 정거장(安陽驛)으로부터 십 분이 걸릴락말락한 곳이면서 명색이 은채집으로 집값이 도통 이백칠십 원이니, 무릇 그 집 생긴 형용이 조옴 기구할 이치가 없었다.
집도 기구하거니와, 집 옆으로는 오십 보를 다 못가 상여집(喪輿幕)이 덩시렇게 좌정하고 있는가 하면, 맞은편으로는 공동묘지가 빠안히 바라다보이고 하였다. 밤마다 여우가 울고, 부엉이가 울고 하는 공동묘지였다. 집 앞은, 마당이자 바로 가지런히, 건천(乾川) 바닥이어서, 큰비가 오면 집으로 물이 곧장 달려들 위험이 넉넉히 있었다.

저자소개

소설가(1902~1950). 호는 백릉(白菱)ㆍ채옹(采翁). 소설 작품을 통하여 당시 지식인 사회의 고민과 약점을 풍자하고, 사회 부조리와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작품에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濁流)>, <태평천하> 따위가 있다.

목차소개

<저자에 대해>
삽화(揷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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