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 일이었다.
칠십 줄에 든 늙은 아버지, 그렇지 않아도 인생으로서의 근력이, 줄어들어갈 연치에, 본시부터 허약하던 몸에다가 또한 일생을 통하여 빈곤하게 살기 때문에, 몸에 적축되었던 영양이 없는 탓인지, 근래 눈에 뜨이게 못 되어가는 아버지의 신체 상태가, 자식된 도리로서 근심이 여간이 아니던 차인데, 게다가 엎친 데 덮친다고 군졸에 뽑히다니.
칠십 난 노인이 국방을 맡으면 무엇을 감당하랴. 당신 몸 하나도 건사하기 어려워하던 이가 국방군으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나라의 분부다.
임지(任地)를 물어본즉 고구려와의 국경이라 한다. 일가친척이라고는 자기(열다섯 살의 소녀) 하나밖에는 아무도 없으니 모시고 가서 시중들 수도 없다.
임기(任期)는 삼 년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연장도 한다 한다.
칠십 난 아버지를 천리 밖 북쪽 나라에 고된 병역살이로 떠나보내니, 어찌 살아서 다시 뵙기를 기약할 수 있으리오. 어떻게 면할 길이 없나고도 퍽이나 애써 알아보았다.
그러나 대행(代行) ―사람을 사서 대신 보내는― 길 하나밖에는 없는데 삼 년이라는 날짜를 사람을 산다 하는 것을 빈곤한 자기네들에게는 절대로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어찌하나.
―설랑(?娘)은 이 기막히는 사정 앞에 혼자서 울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때는 신라(新羅) 진평왕(眞平王) 연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