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카운터 펀치 2

김희윤 | 라떼북 | 2013년 02월 1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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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하나만 물어보자.”
“뭐요?”
“넌 네 성격이 어떻다고 생각하지?”
“좀 더럽죠. 나쁜 것 같기도 하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하나만 물어보신다면서요.”
“첫 질문 안에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래. 말해 봐.”
“이래서 어른들은 믿을 수가 없다니까. 순 사기나 치고 말이야! 뭐, 질문에 답하자면……. 제가 허구한 날 싸움이나 하고 욕지거리나 하고 그러니까요.”
“허구한 날 싸우고 욕하면 그건 나쁜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선생님 같은 어른들이 바라볼 땐 하나같이 그렇겠죠. 눈에 쓰여 있어요. 문제아라고.”
“세상에는 정당한 싸움과 정당한 욕이 있을 수도 있잖아.”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그럼 그건 나쁜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거네.”
“뭐, 그렇기도 하죠.”
“근데 넌 내가 네 성격을 물어봤을 때 왜 스스로가 더럽고 나쁘다고 말했지?”
“그건……, 뭐, 제 스스로가 그렇게 느끼니까…….”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김희윤

밤이면 당신의 차가운 이마가 손끝에 전해집니다. 그곳에 맺힌 흰머리가 못 본 새 많이도 자랐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뱃속에 든 나를 대신해 호흡해주던 당신의 좁은 혈관을 추억합니다. 당신을 화장하던 날에는 추적추적 비가 참 많이도 내렸습니다. 가는 길, 몹시도 추웠겠습니다. 겨우 반세기만 살다간 당신이지만 내게는 그 누구보다 위대하였습니다. 내 글의 원천이자 전부였던 어머니. 누구보다 아내를 위해 평생을 애쓰셨던 아버지. 당신들은 일생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하셨던가요. 그러나 그런 당신들을 위하여서는 세상에 단한 줄의 위로도 씌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저라도 펜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20대. 글쓰기를 외로움의 도피처로 삼았던 저는 많은 사람들의 고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공감하고는 곧 슬퍼졌습니다. 세상엔 저처럼 외로움을 숙명으로 달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외로운 이들을 한번이라도 안아주는 게 진정한 이해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하고 말입니다. 누구든 직접 안아줄 수 있는 제가 또 하나 할 수 있는 건 글로써 타인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그냥. 나약함을 가장한 게으른 오후의 마침표를 찍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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