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신고, 대문께로 나가는 발자취 소리까지 들렸으니, 뭘 더 의심할 여지도 없었으나, 순재는 일부러 미다지를 열고 남편이 잇나 없나를 한번 더 살핀 다음 그제사 자리로 와 앉었다.
앉어선 저도 모르게 호 ─ 한숨을 내쉬였다.
생각하면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이 거치장스런 문제를 안고, 비록 하로ㅅ밤 동안이라고는 하지만 남편 앞에서 내색하지 않은 것이 되려 의심쩍을 일이기도 하나 한편 순재로선 또 제대로 여기 대한 다소간이나마 마음의 준비 없이 뛰어들 수는 없었든 것이다.
아직 단출한 살림이라 아츰 볕살이 영창에서 쨍 ─ 소리가 나도록 고요한 낮이다.
이제 뭐보다도 사태와 관련식혀 자기 처신에 대한 것을 먼저 정해야 할 일이었으나, 웬일인지 그는 모든 것이 한껏 부피고 어지럽기만 해서 막상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라는 것이 기껏 어제 문주와 주고받은 이야기의 내용이었다.
바로 어제 이맘 때ㅅ 일이다.
일요일도 아닌데 문주가 오기도 뜻밖이거니와, 들어서는 참으로 그 난처해하는 표정이라니 일즉이 문주를 두고 상상할 수는 없었다.
학교는 어쩌고 왔느냐고 순재가 말을 건너도 그저
「응? 엉 ─」
하고 대답할 뿐, 통이 그 말에는 정신이 없었다. 그러더니 별안간
「너이분 그동안 늦게 들어오지 않었니?」
하고, 불숙 묻는 것이다.
순재는 잠간 어리둥절한 채
「그건 웨 묻니?」
하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넌 조금도 몰랐니.」
문주는 제 말을 계속한다.
「모루다니, 뭘 몰라?」
「연히 허고 만나는 걸 말이다.」
「연히 허고?」
순재는 뭔지 직각적으로 가슴이 철석했다. 그러나 너무도 꿈밖이고 창졸간이라 어찌 된 셈인지 종시 요량키가 어려웠다.
「발서 퍽 오래 전부터래 ─」
문주는 처음 말을 시작느라 긴장했던 마음이 잠간 풀려 그런지, 훨신 풀이 죽어 대답했다.
「누가 그러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