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무늬

천영애 | 도서출판학이사 | 2021년 05월 2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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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흔히 ‘이것’이라고 말해지는 사물은 물질세계의 한 구체적인 형상을 이르지만 더 나아가 보면 사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나 사진, 그림, 문학 등 예술에는 사물의 무늬가 씨줄과 날줄로 엉켜서 아름다운 교직을 이룬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는 사물의 세계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언제나 사물은 인간의 배후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해 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사물이 말을 걸어오면 우리는 화들짝 놀라서 그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글은 바로 사물의 말 걸어옴을 듣고 옮겨 쓴 것들이다. 사물들은 때로는 영화에서, 때로는 문학에서, 때로는 그림 등의 많은 예술 작품에서 자주 내 귀에 속삭였다.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던 예술 작품이 어느 날 문득 사물의 속삭임을 들음으로써 전혀 다른 작품으로 드러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인간은 자신의 배후에 있는 사물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사물은 작품 안에서 정교하게 짜인 거미집처럼 작품 전체와 내통하며 가만히 자신의 집을 짓고 있다. 그러니 사물의 말을 들음은 곧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일이니 나는 다만 그 사물의 말을 듣고 옮겨 쓸 뿐이다.
수많은 예술 작품을 접하면서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 진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통해 그 진리가 드러날까 하는 것은 오래된 물음이었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수많은 테오리아의 품 안에서 허덕였다. 그러나 가다머가 말한 순수한 테오리아가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통해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없는 인간에게 드러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나는 가장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사물에 눈을 돌렸다. 사물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물질이고 관계이며 사건이니 사물을 통해서 나는 예술 작품을 ‘번역’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벤야민의 의미에 더 가까운 나의 번역작업은 예술 작품의 원작에 잠재해 있으나 가시화되지 않은 것들을 드러냄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야콥슨의 의도처럼 해석작업일 수도 있으나 드러나지 않은 예술 작품의 진리를 사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벤야민의 번역작업에 더 가깝다. 물론 이것은 필연적으로 문자언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어떤 의미에서는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통해 예술가가 창작한 많은 예술 작품들이 다른 시선을 통해 보이기를 기대한다.
예술 작품은 다의적이며 포괄적이다. 그리고 예술 작품이 품은 진리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예술 작품은 어렵다고 말한다. 작가들은 오랜 숙고 끝에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데 대중에게 작가가 창작한 작품 너머의 세계는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물을 통한 번역·해석이 단편적인 시각 안으로 작품을 가두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또 다른 시선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독자들도 다의성을 품은 예술 작품을 또 다른 시선으로 넘겨다 보기를 바란다. 예술 작품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진리를 드러내며, 어떤 때는 철저하게 본질을 감추기도 한다. 사물을 통한 작품 보기를 통해 작품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밝은 눈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기꺼이 이 책의 출간을 맡아주신 학이사에 감사드리며, 더 좋은 책을 찾아 나서는 신중현 사장님의 노고에 보람이 있기를. 무엇보다 이 여름날, 꽃과 바람의 속삭임을 외면하고 편집을 맡아주신 학이사의 편집진에 감사드린다. 좋은 결실 있기를.

천영애

저자소개

경북대학교 철학대학원에서 예술철학 및 현상학, 해석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였다. 장르별로 나뉘어져 있는 예술이 표현방식과 사용하는 언어만 다를 뿐 예술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는 동일한 예술이라는 인식하에 예술 전반에 광범위한 관심을 두고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예술을 표현하는 사물과 언어의 문제에 천착하여 작가들이 무엇을 통해 어떻게 보여주고자 하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철학을 공부하는 동안 관심을 가지던 사물과 언어에 대한 문제는 이후로 계속 이어져 예술작품이 결국은 사물의 은유라는 방식을 통해 표현된다는 것에 착안해 이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예술과 철학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발전해 왔는데 쉬운 철학적 글쓰기는 오랜 나의 염원이었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과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의 접점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찾아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문학에의 접근은 시로 시작하여 『무간을 건너다』 『나무는 기다린다』 『나는 너무 늦게야 왔다』를 출간하였다. 『무간을 건너다』는 삶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나무는 기다린다』는 삶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언어의 표현방식을 실험하였으며, 『나는 너무 늦게야 왔다』는 첫 시집으로 그때그때마다의 삶을 바라보는 사유를 시를 표현하였다.

2010년에 토기를 통해 신산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표현한 시 <빗살무늬토기>로 대구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예술에 대한 특정한 시각의 해석을 통해 예술이 일반 대중에게 좀 더 쉽게 접근되는 다양한 방식의 산문 쓰기를 시도하여 《대구예술》에 <사물로 예술읽기>, 《대구일보》에 <천영애의 영화 산책>을 쓰고 있다.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여 일반대중이 예술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은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시도해 볼 예정이다.

목차소개

은유

높고도 슬픈 여성성의 상징, 하이힐
- 수전 팔루디의 『다크룸』
평평하면서 나를 찌르는, 사진
-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
내 마음의 정처, 섬
-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모든 일이 시작되었던 그때, 쿠션
- 미켈라 무르지아의 『아카바도라』
존재와 무의 세계를 열어가는, 열쇠
-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혼돈에서 생성된 하느님, 치즈와 구더기
- 카를로 진즈부르크의 『치즈와 구더기』
말씀이 있기 전에 은유가 있었다, 휘파람
- 엔리코 이안니엘로의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혼자서 행복하면 불행한 인간이 된다는 것, 페스트
-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시선

형상이 없으나 이름으로 존재하는, 붓다buddha
- 김아타의 시리즈
기억과 반역의 꿈, 파이프
- 마그리트의 파이프
불안이라는 실존의 형태, 유리
- 곽인식의 유리 물성을 이용한 회화
평범하면서도 다채롭지 않은, 둥근 어깨
- 박수근의 둥근 선으로 된 그림들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예수
- 김병종의 <바보 예수> 연작
깨어나지 못할 묵서명을 새기며, 백자항아리
- 김환기의 <백자항아리> 그림

공간

가능성이 사라진 침묵, 흰옷
- 영화 〈아쉬람〉
사랑과 화해의 공간, 벽
- 연극 <벽 속의 요정>
운명을 예언하는, 하모니카
- 영화 <마농의 샘>
이 풍진 세상에 아름다움 하나 있으니, 매화
- 영화 <리큐에게 물어라>
허기지고 시끄러우면서도 본질적인, 냄비
- 영화 <가버나움>
은닉된 것 속의 일어남, 이름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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