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부용산 오릿길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절정 부분에 이르자 사방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노래가 끝나자, 토벌대 쪽에서 먼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도 힘찬 박수를 보냈다.
수많은 사람이 이별하고, 다치고, 헤어지고, 죽음으로 맞서 싸우고, 아무리 애써도 안 되던 일……. 좌와 우로 편을 나누면서 절대 하나가 될 수 없었던 그 일이 한 곡의 노래로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빨치산, 토벌대, 마을 사람들까지 노래의 여운을 느끼며 벅찬 마음을 나누었다. 누가 뭐래도 그 순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