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여보 주인." 하는 소리에 전당국 주인 삼덕이는 젓가락을 놓고 이편 방으로 나왔습니다. 거기는 험상스럽게 생긴 노동자 한 명이 무슨 커다란 보퉁이를 하나 끼고 서 있었습니다. "이것 맡고 1원만 주우." "그게 뭐요?" "내 양복이오. 아직 멀쩡한 새 양복이오." 삼덕이는 보를 받아서 풀어보았습니다. 양복? 사실 양복이라고 밖에는 명명할 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걸레라 하기에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옷감이라기에는 벌써 가공을 한 물건이었습니다. 그것은 낡은 스카치 양복인데 본시는 검은빛이었던 것 같으나 벌써 흰빛에 가깝게 되었으며 전체가 속실이 보이며 팔굽과 무릎은 커다란 구멍이 뚫린 걸레에 가까운 양복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높이 보아도 20전짜리 이상은 못 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의리상 삼덕이는 그것을 뒤적여서 안을 보았습니다. 안은 벌써 다 찢어져 없어졌으며 주머니만 세 개가 늘어져 있었습니다. 이것을 어이없이 잠깐 들여다본 삼덕이는 그 양복을 다시 싸면서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저 다른 집으로 가지고 가보시지요."